사망자 1명 발생 등 중대재해에 책임이 있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2년여를 앞둔 가운데,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전담 수사관들이 인력 부족 탓에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기소·종결 등 최소 6개월 소요
내년 '50인미만' 사업 확장에도
당국 충원방안 없어… "법 미루나"


심지어 내년 1월 '50인 미만(건설업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관련법 적용 범위가 확장될 예정임에도 당국은 이렇다 할 인력 충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법 적용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밀려드는 사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충원 등 체계를 우선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 화성 등 경기남부지역 사건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의 중대재해 전담 수사관 A씨는 23일 "이곳(고용노동부)에 와서 해보지 않은 일이 없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고 복잡한 업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영책임자 등 기업 '윗선'의 책임 여부를 포괄적으로 따져야 하는 만큼 조사 대상이 많고, 수사기록물 등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A씨는 "법이 다루는 내용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수사보다 넓고, 대형 로펌을 붙이는 기업과 맞상대를 해야 해 난이도가 높다"며 "기소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지휘도 없지 않아 업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적은 인력도 이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해당 법안이 시행된 후 올해 8월 31일까지 전국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수사·내사(입건 전 조사)한 건은 408건이다. 고용당국이 법 시행 당시 100명이던 수사관을 130명으로 늘렸지만, 기소와 종결을 포함한 사건 처리기간이 6개월에서 최대 1년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전담 인력이 턱없는 수준이라는 게 수사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관련법 적용 시기인 내년 1월이 3개월여 앞둔 시점에 노동당국이 인력 보충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법 추진 의지를 의심한다. 실제 지난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기를 2026년으로 미루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뿐 아니라 현장 방문 등 기본적인 예방조치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데, 새로운 인력 구성안 같은 계획도 없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어떻게 대응하겠다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담 수사관이 적다는 요구가 이어져 정원외 인원을 끌어 배치했다"면서도 "정원 자체를 늘리는 것은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필요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