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응급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를 시행한 지 30년을 앞둔 가운데 아직 해당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요구된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정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995년 1월부터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이하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당장 의료비용을 낼 수 없는 경우 국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원에 비용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에 환자 혹은 배우자, 1촌 이내 직계 혈족 등에게 비용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행된 지 수십여년이 지났음에도 대부분의 경기도민은 여전히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조사한 '2022년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해당 제도를 알고 있는 도민은 전체 응답자 중 26.6%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인천 역시 35.2%뿐이었다. 해당 제도의 주요 이용층으로 지목되는 저소득층과 1인 가구의 경우에도 인지도가 현저히 낮았다. 월평균 가구 소득 200만원 미만 응답자의 경우 20%만 알고 있다고 답했고 1인 가구 역시 26%만이 해당 제도를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평원이 지불 후 돌려받는 방식
시행 30년… 여전히 인지도 부족
제도 알고 있는 도민 26.6% 불과
실제 지난 18일 7시30분께 수원시 동수원우체국 앞 사거리에 버스와 승용차 간 교통사고가 났다. 양측의 피해규모는 다행히 크지 않았으나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탑승하고 있던 70대 할머니가 버스 손잡이 기둥에 얼굴을 부딪쳐 오른쪽 눈 아래 광대뼈 부근이 크게 부어올랐다.
뒤이어 응급 구조 차량이 오고 응급구조대원은 할머니에게 간단한 응급처치를 진행했지만, 안면 쪽 치료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연신 구조대원과 버스 기사를 바라보며 "응급실 가면 돈이 필요하지 않나", "지금 당장 돈이 없어 가지 못 한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결국 할머니는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경기지역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한 해 동안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 수는 수만 명에 이르지만,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알고 이용하는 환자는 평균 120명 정도로 집계된다"고 말했고, 비슷한 규모의 응급 환자를 수용하는 다른 대형 병원 관계자 또한 "작년 한 해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진료비를 받은 환자는 50여 명뿐"이라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매년 포스터와 홍보물 등을 각 지자체, 응급의료센터 등에 보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영어와 중국어로 된 응급의료비 대불제도 안내문도 만들어 이용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