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고려인 학생들을 돌보고 있는 인천의 한 대안학교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있는 '글로리아 상호문화 대안학교'는 러시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초·중·고교에 해당하는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모두 190명의 고려인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년별 교실에서는 러시아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 학생들은 모두 중도입국자로, 한국 학교에 입학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이곳에 왔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학교 문을 연 2019년에는 전교생이 26명이었지만 입학생이 매해 늘어 올해에만 60명이 입학했다.
전원 한국어 미숙한 중도입국자
외국인 전형 한국 대학 입학 가능
고가이 알비나(34)씨는 "한국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코로나19 탓에 비대면으로 수업한 2년 동안 교과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며 "수학과 영어 수업은 그나마 소화해도 국어, 역사 과목은 배경지식도 없고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낯설어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글로리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자격을 갖춰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길 꿈꾼다. 이 학교에서 11학년까지 마치고 러시아 현지 학교의 시험을 통과하면 러시아 초중등통합학교(쉬꼴라) 졸업 자격을 얻게 된다.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장을 얻는 셈이다. 자격을 얻은 학생들은 외국인 전형으로 한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글로리아 학교가 지난 5월 처음 배출한 졸업생 5명은 현재 국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리아 학교 최마리안나 대표는 "한국 학교에 다니면 더 빠르게 한국에 적응할 것으로 생각해 전학을 갔다가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다시 글로리아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한국 학교가 통역보조원을 두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고려인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중도입국한 학생들이 적응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재학생 이로마(15)군은 "러시아 교육과정을 밟아 한국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 등 더 넓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경우도 많지만, 나는 여기서 졸업한 뒤 스포츠 지도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러시아 학교의 원격수업을 듣는 고려인 학생들도 있다. 고려인 안안나(44)씨는 "고등학생 나이에 입국한 아들이 2년간 러시아 학교의 원격수업을 듣고 올해 국내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