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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노동자들이 대행업체의 부당한 행위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길거리에서 대화중인 배달노동자들. 2023.10.25./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시흥시에서 배달 노동자(라이더)로 일하는 하모씨는 계약한 배달 대행업체가 대신해 자신의 소득신고를 세무사에게 맡긴다는 명목으로 9만원씩 '기장료(일종의 수수료)'를 떼어 간다고 한다.

하씨는 "기장 처리를 원한 적도 없고, 세무사에게 맡긴다고 해도 3만원 정도면 충분한 것으로 안다"며 "주변 라이더 중에서는 (대행) 업체가 소득을 축소하는 등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종합소득세 신고 때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봤는데, 업체가 '갑'이어서 문제를 삼지도 못하는 게 라이더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바로고', '생각대로' 등 지역의 배달대행업체에 속한 배달 라이더들이 업체의 거짓 소득신고 등 부당 노동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배달 경기가 악화해 라이더들 간 '콜'(주문) 경쟁까지 치열해지는 것을 두고, 안전한 배달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행업체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무서 소득신고 명목 기장료 떼가
제대로 신고 안해 세금폭탄 맞기도
정부·지자체 차원의 운영관리 촉구


수원시 인계동을 중심으로 배달 노동을 하는 A씨는 최근 배달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하루 10시간 나와 일하던 것을 14~15시간으로 늘렸다. 코로나19 시기 배달업 호황 여파도 잠시, 주문 수는 점차 과거 추세로 줄어들어 남은 라이더들의 경쟁만이 남아서다.

A씨는 "하루 5시간 더 일해도 2~3년 전처럼 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대행업체들이 '깜깜이' 계약을 맺은 미등록 이주민들과 미성년자들도 쉽게 들어와 일하고 있는 게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시장을 무방비로 방치하면 대형사고 위험도 커진다. 등록된 대행업체를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라이더유니온이 지역 일반대행업체 소속 배달노동자 549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고 '유령'처럼 일하는 노동자가 40.3%에 달했다. 심지어 배달 일에 필수적인 유상운송보험을 확인하지 않는 업체(23.9%)가 있었으며, 일방적인 배달료 삭감, 임금체불, 직장이동의 제한 등을 겪었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일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라이더유니온은 26일 서울 합정의 이동노동자 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실태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정부에 '배달대행업 등록제'를 촉구할 예정이다.

구교현 민주노총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등록제를 통해 대행업체들도 법을 준수하자는 정도의 기본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등록제와 함께 지역 대행업체들의 운영 실태와 현장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