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안산 선감도에서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가 진행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유해발굴 현장 설명회'에선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의 분묘 40여 기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굴 조사 결과를 공개됐다. 4호, 16호, 30호, 139호 등 피해자들의 분묘는 이름 대신 번호로 묻힌 지 50여 년 만에 땅 밖으로 나왔다. 옛 친구와 동료를 찾으려는 피해자들은 분묘의 소지품 등을 보며 단번에 친구를 알아채고, 눈물을 터뜨렸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대규모 아동 인권 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 암매장지에서는 이렇게 피해 아동의 유해로 보이는 치아와 유품이 다수 발견됐다.
이날 공개된 40여기의 분묘는 대부분 12~15세 나이의 아동들이 묻힌 걸로 진화위는 추정했다. 추가적인 유해발굴도 시급한 상태다. 진화위는 이날 유해 부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발 빠른 유해발굴 진행을 촉구했다. 매장 추정지의 토양은 산성도가 높고 습하며 어린 연령과 영양실조를 앓는 등 매장 당시 피해자들의 신체 특성에 따라 대부분 분묘에서 치아만 발굴될 정도로 유해 훼손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강점기에 부랑아 수용시설로 설치돼 독립 후 1982년 폐원까지 40년간 운영됐는데, 이곳에선 아동 폭행·강제노역 등 국가에 의한 아동인권유린이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다수가 구타와 영양실조로 사망했고 섬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은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진화위는 선감학원 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김동연 도지사는 이 자리에 함께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지원을 약속했고, 정부도 하지 않은 피해자 지원도 시작했다.
피해자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유해 발굴이다. 정부는 여전히 피해자 지원은 물론 유해발굴에도 침묵하고 있다. 국가에서 자행된 일인데, 책임을 경기도에만 떠넘기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김예지 의원이 지난 18일 주최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해외 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에서도 국가가 피해생존자 배·보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해는 지금 이 시간에도 훼손되고 있다. 정부가 더 이상 모른 척 할 때가 아니다.
[사설] 선감학원 유해 발굴, 정부가 모른 체 할 때 아니다
입력 2023-10-26 19:22
수정 2024-02-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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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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