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이 시민에게 군용 대검을 휘둘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며,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 일인가.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에서 육군 모 기갑부대 소속 모 상병이 아침 출근길의 일반도로를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뛰어내려 시민이 타고 있던 차량의 탈취를 시도했다. 살상용 군용 대검을 휘두르며 시민이 탄 차를 막아선 채 차 키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천만다행으로 함께 훈련 중이던 군과 시민에 의해 곧바로 제압됐으나 이 과정에서 30대 시민 1명이 부상당했다. 훈련 중에, 그것도 군사대비태세 유지와 합동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군단의 전 부대가 참가해 호국훈련을 실시하던 중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국군의 사명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5조 '국군의 강령' 중 제2항은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제20조 '충성의 의무'에서 "군인은 국군의 사명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여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군과 군인의 사명 중의 사명인 것이다. 27일 아침 파주에서 일어난 일은 이러한 국군의 사명에 대한 헌법의 선언, 법이 정한 군인의 강령 및 의무,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국군과 군인에게 보내고 있는 믿음과 기대를 한순간에 땅바닥으로 내팽개쳐버린 충격적인 사건이다.
국군은 대한민국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그래서 국가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국민인 나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 게 바로 우리 국군이고, 우리 군인들이다.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그런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찰로부터 병사의 신병을 넘겨받아 군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한다. 우리 군이 이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곧 드러날 것이다. 병사 한 명의 개인적 일탈 정도로 치부해버리지 않길 바란다. 만약 그렇게 처리된다면 국민들의 믿음을 정말이지 다시 되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사설] 훈련 중인 현역 군인의 길거리 흉기 난동
입력 2023-10-29 19:17
수정 2024-02-0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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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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