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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사회부 기자
무릇 '말의 무게'를 실감한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표현들이 어색한 일상어로 굳어지는 사례를 심심찮게 접하기 때문이다. 'K'도 그렇다. 한국적인 것을 뜻하는 접두사로 굳어진 K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 노래 장르를 표현하는 단어에 불과했다. 국위 선양급 파급력을 나타내면서 국제적 자부심을 가질 만한 분야라면 여기저기 K가 붙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는 과한 자부심을 주입해 거북하다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지면에 남는 표현 하나 하나를 고민하는 입장에선 매 단어마다 어색하게 읽히진 않을지 경종을 울리는 단어인 셈이다.

최근 한 K 단어를 독자로서 접했을 때도 익숙한 거북함이 떠올랐다. 허영인 SPC 회장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불출석 이유서에서다. 그룹 내 잇따른 산업재해 책임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허 회장은 "K푸드 세계화와 함께 SPC그룹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목표로 계획된 불가피한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식'이라는 어엿한 우리말을 두고 어색한 외래 합성어를 운운하는 것은 둘째치고, 자사 영업활동에 K를 붙여 가며 국감 출석 의무보다 우위에 있다는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모양새다. 거론된 김에 한번 K를 써보자면, 설령 SPC가 세계화를 주도한들 이를 동반해 국제사회에 알려질 'K노동'은 어떨까. 지난해 사망사고로 질타를 받고 그룹 차원의 재발방지 약속이 있었음에도 올해 다시 사망사고가 반복됐다. 그룹 전반에 크고 작은 끼임 사고도 여전히 벌어졌고, 국감 기간 한 계열사 대표이사가 고개를 숙인 와중에도 다른 작업장에서는 손가락 골절 사고가 있었다. SPC 세계화의 비결로 이런 K노동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건 자부심은커녕 두려울 일이 아닌가 싶다.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제조업 특성상,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보면…." 사측 입장을 물을 때마다 항상 억울한 반론이 돌아온다. 국회 출석 요구는 그것을 직접 설득하라는 요구일 뿐이다. K를 붙일 만한 자부심이라면 그리 어려울 일이 아니지 않을까. 국감장이 아닌 청문회장에 서게 된 허 회장을 주목할 이유다.

/김산 사회부 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