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를 받지 못해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 등에서 장기간 기거하는 이른바 '공항 난민'의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인권위는 출국대기실에 장기간 거주할 수밖에 없는 송환 대상 외국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공항 밖 별도 대기시설을 설치할 것을 최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수면·휴식 공간, 식단, 운동, 의료 지원 등 처우 보장이 포함된 운영 규정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이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 출국대기실 공간을 확장하고 장기간 대기가 불가피한 송환 대상 외국인의 식단과 주거 환경 처우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국회 의장에게는 공항 밖에 별도 시설을 설치할 근거를 마련하고 운영기준을 규정하는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난민 심사 불회부땐 소송 제기도
공항환승·출국대기장서 수개월
국내 현행법상 외국인이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난민 심사 절차'에 회부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난민 심사 절차에 넘겨지면 '난민 신청자' 지위를 얻게 되고, 우리나라로 입국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강제 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 5명은 '단순 병역 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난민 심사를 받지 못했다.
난민 심사를 신청했지만 회부되지 않은 것이다. 난민 심사 절차에 불회부되면 입국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외국인들은 '불회부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소송이 진행되는 수개월간 공항 환승구역이나 출국대기실에서 체류해야 한다.
"헌법 10조 인간존엄 침해 소지"
국회에 '출입국법' 개선 요구도
실제로 인천공항에서는 북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이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한 채 10개월 넘게 머무는 등 유사 사례(9월4일자 6면 보도='난민의 감옥' 된 인천공항 터미널)가 반복되고 있다.
인권위는 "출국대기실은 사람이 장기간 머무르기에 식사·수면·운동·의료 등의 측면에서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송환 대상 외국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시설과 운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