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난임 인구가 늘어나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난임부부 출산을 위한 공공지원은 인구소멸 위기 국가인 대한민국이 인구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에 따른 난임 시술 지원 대상은 가임기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으로 한정했다. 난임의 원인이 남성일 경우는 아예 고려하지 않은 비과학적 발상에 헛웃음이 나온다.

급기야 경기도민청원 게시판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남성난임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을 청원합니다'는 글이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남성 난임의 대표적인 의료 대책인 정자채취 시술의 경우 2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호르몬 치료를 병행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겐 출산 가능성만 보고 부담하기 힘든 금액이다. 2006년부터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320조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은 나라에서, 정작 아이를 간절하게 원하는 난임 남성 치료를 외면했다니 기가 막히다.

남성난임 지원만 문제가 아니다. 백종헌 의원의 지난 국정감사 질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난임 진단자는 총 117만8천600여명이고 이중 남성이 41만2천여명, 여성이 76만6천여명이다. 이들에 대한 난임치료 지원 예산은 올해 790억원 뿐이다. 지난해 저출산 극복 예산이 51조원이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국가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 부부 지원에 발톱의 때만큼도 돈을 안 쓴다는 얘기다.

더 기막힌 일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난임시술비 지원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 점이다. 당연히 재정 여력에 따라 지자체별로 난임치료 지원 분야와 규모에 차이가 난다. 한방치료 지원이 되는 데도 있고 안되는 데도 있다. 지원대상도 소득기준으로 차별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닌 곳도 있다. 중구난방이다. 남성난임 치료 청원을 받은 경기도도 재정상황을 봐가며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예산 타령이다.

아기를 원하는 난임부부 지원을 지역에 맡겨 차별하는 정부가 입만 열면 수십조 단위의 저출산 예산을 노래한다.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당장 난임부부 지원 정책을 정부가 도로 회수해 소득과 성별과 무관하게 무제한으로 지원해야 한다. 백 의원의 계산에 따르면 그래봐야 3천억원, 51조 예산의 0.49%에 불과하단다. 새 국민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난임치료 지원에 1, 2조원인들 아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