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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날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경기도 내 한 한우 농가에서 농장주가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해당 농가는 럼피스킨병이 확진된 다른 농가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으로 주인 A씨는 매일 수차례 방역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2023.10.3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지역에서 소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늘면서 경기도가 확산을 막고자 전 지역 소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10월31일자 2면 보도='럼피스킨병 비상' 경기도, 모든 소 농가 '백신 접종')중인 가운데 정작 소를 살처분한 농장주 등에 대한 심리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수년 전 이들의 심리적 외상 등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조례를 만들어놓고도 그동안 제대로 된 지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단 지적이다.

돼지열병·구제역·럼피스킨 '고통'
화성 농장주 "불안감에 잠도 못자"


3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0년부터 살처분을 경험한 농장주와 가족, 관련 인력 등의 심리지원을 위해 심리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지자체와 협력·대응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가축 살처분 등에 의한 심리적 외상 예방 및 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조례가 있음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FMD), 럼피스킨병 등 가축감염병으로 인해 살처분을 해야만 했던 농장주 등에 대한 심리적 지원은 사실상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67건의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 중 경기지역(화성·김포 등 9개 시군)에선 26건이 발생했지만, 우울함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 지역 농장주들에 대한 심리지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성지역의 한 농장주는 "전염병 확진 사례가 꾸준히 늘면서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낀다"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심한 경우 환청을 듣기도 한다. 보상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농장주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극심… 초기 개입 중요"
道 "치료비 국비 중복, 사업 미진행"


전문가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극심한 스트레스가 우려되는 상황에는 초기에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백명재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을 처음 겪은 경우에는 본인 상태에 관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개입해 고위험군을 가려내고, 일시적인 스트레스인 경우에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안심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살처분 관련 업무는 다른 부서에서 전담하는데, 심리지원 관련 요청은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의원발의로 만들어진 조례라 아직 부서 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 심리치료비를 지원하는 국비사업이 있다 보니, 중복지원에 해당해 다른 심리지원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충남 서산시는 지난 20일부터 럼피스킨병으로 소를 살처분한 농장주와 관련 인력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심리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