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 절차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말까지 유럽연합 경쟁당국(EC)으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은 데다,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업체를 찾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각국 제한의견 이유 부정적
양사 중복 노선 '슬롯 반납' 조치
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이스타
화물사업부 인수 의향 우려도 계기
■ 미·일 경쟁당국 승인 아직 남아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시작한 이후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화물사업부 매각 방안을 골자로 한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하면서 그동안 경쟁제한을 이유로 합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EU로부터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는 대한항공의 14개 유럽 노선 중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4개 노선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 일본 경쟁당국과도 시정조치안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정식신고서를 제출해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른 나라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 사례를 고려하면 미·일 경쟁당국도 슬롯 반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항공업계의 관측이다.
일본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많이 취항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대부분 항로를 운영하고 있어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미국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경쟁 당국의 심사가 예정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할 업체는
항공법에 따라 외국 기업에 항공사업 매각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일반 기업은 항공면허를 새롭게 획득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기업으로 현재 화물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과 LCC인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이 거론되고 있다.
LCC 업계 1, 2위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인천이나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가격을 5천억~7천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가 노후기 위주로 구성돼 있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화물기 11대는 최소 기령이 19년부터 최대 32년까지로 모두 교체를 앞둔 노후기다.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471억원, 4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어인천도 지난해 기준으로 이제 막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에 장점도 있으나,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탓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여러 업체에서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