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3.10.19 /삼성전자 제공

올해 3월 정부는 오는 2042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제조 공장 5개를 포함해,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금액만 300조원 규모다. 그 중심엔 단연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 710만㎡ 대규모 부지에 구축되는 국가산단은 사업부지 면적만 축구장 1천개에 달한다. 향후 160만명의 고용창출을 비롯해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만 700조원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용인을 중심으로 실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전체가 들썩였다.

시는 앞서 지난해 민선 8기 출범 직후부터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쪽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및 향후 조성될 플랫폼시티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4만㎡ 부지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ㄴ자형' 반도체 벨트를 완성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유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반도체 고등학교 설립을 통한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 견고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도로망 연결·확충 등 교통 인프라까지 뒷받침해 용인 전역을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겠다는 비전을 줄곧 강조해 왔다.

삼성반도체 태동·성공 신화 산실
전용라인·연구단지에 20조 투자
市, 행정 절차·인프라 확충 지원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은 이 같은 용인의 미래 구상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20년 뒤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와 남사·이동 국가산단 조성이 마무리되면 용인 남동부 지역은 인근의 화성·평택과 함께 경기 남부권의 반도체 핵심 거점으로 성장, 국내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어 가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국가산단 구축을 결정한 지 4개월 뒤인 지난 7월 남사·이동 국가산단과 원삼 반도체클러스터, 기흥구 농서동 삼성전자 반도체 R&D 단지 일대를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다시 한 번 발표했다. 비수도권의 반발 속에도 국가의 흥망이 달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용인을 비롯한 경기 남부권에 각종 지원과 혜택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당시 이상일 용인시장은 "정부가 남사·이동 국가산단에 이어 전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한 건 국가의 반도체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현명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용인이 대한민국 반도체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한 역사와 배경에는 삼성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는 1983년 삼성반도체가 태동한 곳이자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D램 시장 1위 달성,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성공 신화의 산실로 자리 잡은 곳이다.

용인시
삼성반도체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출발했다. 당시 공장 기공식 장면.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1주년을 앞둔 지난달 19일 기흥캠퍼스 현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 달라"며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통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복권 이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캠퍼스 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기술 중시와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10만9천㎡ 규모로 건설되는 기흥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된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연구동, 연구와 테스트를 위한 R&D 팹(Fab) 등이 들어서며, 연구·생산·유통이 모두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단지로 조성돼 향후 반도체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용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20조원을 투자하고, 시는 단지 조성에 필요한 각종 행정 절차와 도로 등 인프라 확충을 지원키로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 규제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반도체 시장에 전례 없는 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국면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300조원 이상을 투입,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을 비롯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국가산단이 들어선 이후의 용인은 현 단계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비단 용인뿐 아니라 경기 남부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 먹거리가 반도체에 달려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미래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성규·강기정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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