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경기지역 사회적기업 등의 운영난이 예상되는 가운데(11월8일자 12면 보도='내년 예산 삭감' 소식에 운영 동력 잃는 경기지역 사회적기업) 이들 사회적기업의 육성 및 지원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도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내년 예산이 올해 대비 58%가 줄어 성남시에 소재한 진흥원 본사 직원 절반 가량이 다른 지역으로 배치될 예정이라 조직 전반이 혼란에 빠진 실정이다.

8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진흥원 출연예산은 285억8천900만원으로 배정됐다. 올해 692억5천900만원에 비해 406억7천만원(58.7%)이나 줄어든 액수다. 주로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과 판로지원, 성장지원, 사회적기업 인식개선 등의 항목에서 예산 삭감 폭이 컸다. 정부가 사회적경제 정책 기조를 육성에서 자생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예산을 줄인 결과다.

사회적경제 정책기조 '자생' 전환
직원 다수 이직 고민… 어수선
"성남에 생활터 잡은 직원 어쩌나"

이번 결정으로 진흥원 본사 직원 125명(올 3분기 기준) 중 절반 정도는 전국 각 지역 중간 지원기관과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배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42억2천200만원이던 지원기관 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현재 지원기관과 센터에서 일하는 300여명이 더 이상 근로를 지속할 수 없어, 이들 업무를 본사 직원이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에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실정이다. 진흥원의 장점으로 꼽히는 수도권 입지 조건 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정이 있는 직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도 큰 부담이다. 임금이 비교적 적어도 이런 장점 때문에 진흥원에 다녔던 직원들 다수는 이직을 고민하는 상태다. 지난해 진흥원의 신입사원 초봉은 3천33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3천739만원)에 비하면 낮은 축에 속한다.

현재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진흥원 직원 A씨는 "이번에 이동이 없더라도 나중엔 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결혼하고 이곳에 자리 잡은 직원도 많은데 갑자기 절반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면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이번 결정으로 이직이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직원들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타 지역으로의 배치 이후 과도기 기간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음 달 발령이 난 후 내년부터 곧바로 지원기관·센터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업무 습득 및 적응 기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남일 진흥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대체로 이런 계획은 짧아도 1~2년은 잡아두고 추진하는데 단 한두 달 만에 모든 걸 진행하려고 하니까 직원들 반발이 크다"며 "수도권 공공기관들은 가장 큰 복지가 입지인데,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은 이탈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사실상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맞도록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초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빠르고 능숙하게 현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