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경기지역에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내려진 7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의 한 길가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껏 떨어진 기온과 거세게 부는 바람에 고개를 떨구고 옷깃을 여미며 바삐 움직였다. 모두가 추위를 피하려 실내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되레 거리로 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야외 노동자다.
백화점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는 이모(17)씨는 "바깥에 서서 일해야 하는데 기온이 확 내려간 게 느껴져 버티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들은 '콜'이 잡히길 기다리며 따뜻한 캔커피와 쌍화탕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20년간 배달원으로 일한 유모(43)씨는 "갑작스러운 추위도 너무 힘들지만, 마땅히 추위를 피할 곳이 없어 곤란하다"며 "추위를 버티기 위해선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며 배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주차관리원 "버티자는 마음"
배달원 "최대한 많이 이동"
미화원 "낙엽 쌓여 체력 부담"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수원의 아침 최저기온은 4℃였고 파주 1.3℃, 양주 1.6℃, 가평 2.1℃ 등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0~15℃ 떨어져 완연한 초겨울 날씨를 느낄 수 있었다.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야외 노동자에게 올해 처음으로 옷장에서 꺼낸 패딩과 목도리, 장갑 착용은 기본이었다. 옷은 여러 겹 껴입고, 몸에는 핫팩을 붙이고 출근했다.

이들에게 추위는 업무를 불편하게 만드는 불청객이었지만 피할 수 없어 적응해야만 했다.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도 잠시, 오래된 야외 업무 경험과 쌓인 일거리 앞에 추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30년간 아쿠르트를 판매한 김모(60·여)씨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 같다"며 "궂은 날씨는 그냥 버티는 거고,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면 추위도 무뎌진다"고 웃으며 말했고, 환경미화원 조모(44)씨도 "업무 자체가 외부에서 하기 때문에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거센 바람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작업량이 상승했는데 날씨까지 추워지니 육체적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