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재정난에 처한 한국전력공사(10월20일자 2면 보도=한전, 전기요금 단계적 인상… 송·변전망 지연 "정부지원 필요")가 9일부터 산업용 대용량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물가 폭등과 서민 부담을 고려해 동결한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대기업·중견기업) 전기요금이 kWh당 평균 10.6원 인상된다. 산업용 고압A(3천300∼6만6천V 이하)는 kWh당 6.7원, 고압B(15만4천V)·고압C(34만5천V 이상)는 kWh당 13.5원 올린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7조원,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가 201조원에 달하는 한전이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다. 이외에도 한전은 본부 조직을 20% 줄이고, 자회사 한전 KDN의 지분 20%와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산업용 대용량 전기요금만 kWh당 10.6원 인상
재정난 한전, 조직 20% 감축 등 자구책도 발표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올해 4천억원, 내년에는 2조8천억원의 판매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고객 수는 4만2천여호로 전체 2천486만6천호의 0.2% 수준인데 전력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의 48.9%를 차지한다.

물가와 서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주택용과 소상공인·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제 연료 가격과 환율 추이 등을 예의주시해 요금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에 경제단체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추가로 올리는 것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하므로 요금 인상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한전 적자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핀셋' 인상이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에 부합되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한전 적자와 무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을 조속히 인하하고 납품대금연동제에 전기료를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