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졌던 '사육면적 확대 의무적용'(3월31일자 1면 보도=빚이냐 폐업이냐… 산란계 농가 울리는 '현대화')을 2년여 앞두고 정부가 뒤늦게 농가들과 함께 지원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교체 과정에 차질이 없도록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실효성과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진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대한산란계협회 등과 함께 민·관협의체를 꾸려 산란계 농가 지원책 논의에 착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체는 오는 2025년 9월부터 산란계 한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을 현행 0.05㎡에서 0.075㎡로 1.5배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축산법 시행령 적용을 앞두고 농가들의 시설 전환과 관련한 지원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출범했다.
사육면적 확대 의무적용 2년 앞둬
병아리 입식 당장 내년초부터 시작
향후 생산량 감소 경영 악화 우려
앞서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당국은 새로 진입한 농가에는 즉시 개정 기준을 적용하고 기존 농가에 대해서는 7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그러나 농가들은 시설 교체 비용 및 생산량 감소로 인한 경영 불안정 등을 이유로 지속 반대 목소리를 표출해 왔다.
논의의 첫발을 뗐지만, 의무 적용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협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년 뒤면 모든 농가가 케이지를 전환해 둬야 하는데, 이 시점에 산란계로 성장할 병아리들의 입식은 당장 내년 초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미 5년 전부터 예고된 상황인데도 촉박하게 진행되는 탓에 '늦장 대응'이라는 볼멘소리도 농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더구나 시설 개선 과정은 지원을 받더라도 향후 달걀 생산량이 줄어 농가 경영이 악화할 거란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는 사육면적이 확대되면 전체 달걀 생산량의 4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서 산란계 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영세 농가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케이지를 바꾼들, 닭 마릿수가 줄고 달걀 생산량이 주는 건 뻔한 데다 그 시점에 달걀 시장 가격이 어떻게 변동할지도 모르는데 경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전국적인 농가 전수조사로 모은 의견을 바탕으로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시행령이 개정된 상태에서 또다시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뒤늦게 현장과 소통하게 된 만큼 각 농가에 적합한 여러 지원방안을 준비해 두고 있고, 생산자 단체를 포함해 품질관리원 등 유관 전문기관 의견을 두루 모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