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국수 한 그릇 팔았네. 어떻게 해요, 이걸."
안양1번가 등 경기침체 직격탄
전문가 "금리 인상 등 지속된탓"
9일 오후 2시께 수원역 근처 역전시장에서 36년 동안 '충남곱창'을 운영했다는 선모(75·여)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점심시간이 이미 지난 시점이었지만, 가게 테이블 위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잔치국수 그릇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혼자 식당을 지킨다는 그는 예전에는 남편과 직원 한 명을 뒀었다고 했다. 그는 "옛날에는 협성대, 아주대 대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왔다. 애경백화점 앞에 스쿨버스를 주차할 수 있을 땐 그나마 괜찮았는데, 지금은 버스를 정차하지 못해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했다.
이어 그는 "하루에 10만원어치도 못 팔 때도 많은데, 주류값에 재료비, 전기요금까지 합치면 40만원도 넘게 나온다.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치솟는 생활비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상인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문을 닫는 상가들 역시 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날 수원시의 알짜배기 땅이라 불리던 수원역 인근에는 임대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가게 하나를 두고 양쪽이 모두 공실이거나, 건물 1층 자체가 텅 비어있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안양역 중심의 안양1번가는 물론 오산, 화성 등지에 있는 지역 대표 번화가도 비슷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경기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을 보면 지난 2021년(표본조사 518동) 9.9%이던 공실률은 2022년(713동) 10.3%에서 올해(713동) 10.7%까지 올랐다. 상가 열 곳 중 한 곳 이상이 비어있는 것이다.
38년 동안 수원역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한 이모(76)씨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사람들이 얼른 덤비는 게 아니라 눈치만 보고 있다"며 "시청 주변 번화가는 예전엔 자기들끼리 다 연결해서 거래했지 부동산에 내놓거나 임대라고 써 붙일 시간도 없었다"고 전했다.
안양시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장사가 거의 안되는데도 워낙 권리금이 많이 붙어 그거라도 받으려고 안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속은 곪았는데 권리금이라도 받아야 만회하고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가 공실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