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이미지 한 장을 올렸다. 휴전선 이남의 땅은 모두 사라지고 덩그러니 서울지역만 남은 한반도 지도다. '서울뿐인 대한민국?'이라는 문구 아래 '지역이 발전해야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든다'라는 글도 함께 적혀 있다. 여당의 소위 '메가시티 서울'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 도정답변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서울 확장을 주장하는 건 3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대한민국의 가치와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한 김 지사는 오랫동안 경기북부의 비전과 정책을 만들었고 절차를 밟았다면서 "서울 확장과 김포 편입은 그런 비전과 정책이 있냐"고 비판했다.

같은 날 김 지사의 도정답변과는 별도로 경기도의회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안건처리가 있었다. 본회의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주민투표 실시 및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이 96%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채택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동수인 특위가 제출한 안건이다. 더군다나 이 특위의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런 안건을 재적의원 82명 중 79명 찬성으로 의결했다. 결의안은 경기북부 분리가 대한민국 전체의 동반성장 기회가 될 것임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도의회가 여야 간 견해차와 각 당 내부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특정안건 처리에 뜻을 하나로 모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기도지사와 도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경기북부 분리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부여당의 '꼼수'에 대한 반발의 성격도 짙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지난 8일 한 시민단체의 세미나에 참석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500억원 이상의 큰돈이 든다"면서 "초반부터 투표를 실시하고 나중에 검토해봤더니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을 때는 500억∼600억원을 날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위원장은 국방부 보고를 근거로 "김포의 서울 편입에 따른 군사안보 측면의 문제는 전혀 없다"면서 "특별법 입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본질은 놔둔 채 비용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조 위원장의 발언 또한 공적 논의는 피하면서 불가역의 상황으로 못박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경기도의 진정성을 '꼼수'로 회피하고 있는 정부여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