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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정치부 기자
장례식장은 불편하다. 기자라는 신분으로 장례식장을 찾을 때면 항상 발걸음이 무겁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계속해서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떠한 죽음 앞에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살피는 게, 자칫 무기가 될 수 있는 기사를 쓸 권한을 가진 기자들의 책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한에 따른 책무가 주어지는 건 비단 기자만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권한과 책무가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권한이 클수록 뒤따르는 책무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의힘이 꺼낸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란을 보며 정치인 권한과 책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행정구역 개편은 절차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 청취 등 이해관계를 풀어가는 공론화 과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되기까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권 집중 해소와 상반된 '메가시티 서울'로 확대되는 만큼 지역, 시민의 혼란을 줄이려면 숙의 과정이 필수다.

여당은 물론 김포시장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추가 편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들은 '지역 주민이 원할 경우'라며 혹시 모르니 발만 살짝 담갔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다면 주민투표가 대표적인 방법인데, 주민투표법상 총선을 비롯한 공직선거법 적용받는 선거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주민투표를 할 수가 없다. 내년 총선이 지나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한 것인데, 상당수 시민이 이번 논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치적 이해관계'라고 일축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논란뿐인가. 허무맹랑한 공약이 난무함을 보며 또 선거가 다가오는구나를 느낀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 정치인들은 수많은 권한을 누린다.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역의 혼란을 부추기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가볍게 입을 떼서는 안 되는 것 또한 그들이 누리는 권한에 따른 책무다. 가벼운 입은 닫고, 자신이 가진 책무를 무겁게 여기는 정치인은 없을까.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