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
근로자 "업무시간 더 늘어날 것"
양대노총, 설문 신뢰성 의문 제기
정부가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서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유연화하기로 하면서(11월14일자 2면 보도=주 52시간제, 일부 업종·직종서 더 유연해진다) 각 기업 현장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6∼8월 국민 6천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의 결과와 이를 반영한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3천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천215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 현행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노동부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주52시간 완화를 촉구해온 일선 제조기업 현장 등에선 반색했다. 연천시 소재 한 제조기업 대표는 "주52시간이 완전히 정착해 사회 분위기가 변했다. 외국인 근로자도 주52시간을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중소제조업은 9시간 일한다고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장시간 일해야 하는데 이번 주52시간 유연화 조치는 중소기업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현행 주52시간 근로제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완화 시 근로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김모(37)씨는 "주52시간이라고 하지만 현재도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야근에 주말 근무도 이어졌다. 법으로 근무시간 연장을 허용한다면 근로자들의 워라밸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의 엇갈린 목소리는 전날 경영계와 노동계간 반응 차에서도 드러났다.
양대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국민을 우롱하는 식의 설문조사였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는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고 노동자와 국민들을 호도하는 노동시간 개악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역설했다.
경영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행 경직된 제도 하에서 수주를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우리 경제가 노동공급 감소와 잠재성장률 0%대 추락을 앞둔 상황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합리적인 근로시간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