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겨울나기 문풍지 스케치 (11)
기후재난과 사투하는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에너지 복지 정책은 대상도 불분명한 데다 법령상 체계가 부실한 탓에 혼란이 극심한 실정이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반지하에서 입주민이 문풍지를 붙이고 있다. 2023.11.1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006년 에너지법 근거 2014년 개정
피해 느는데 여전히 세부조항 그쳐
실제 주거취약층 목소리 반영 제언
 

 

기후재난과 사투하는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에너지 복지 정책은 대상도 불분명한 데다 법령상 체계가 부실한 탓에 혼란이 극심한 실정이다. 국제사회에서 에너지 복지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입법이 이어지는 만큼 국내에서도 10년 넘도록 공전 중인 '에너지복지법'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에너지 복지 관련 법령은 지난 2006년 마련된 에너지법(당시 에너지기본법)에 근거한다. 에너지법은 제1조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 실현'을 목적으로 규정한다. 현행 에너지 복지사업은 2014년 법령 개정으로 신설된 제16조2 '에너지복지 사업의 실시 등'을 포함한 관련 조항들에 따라 지금의 체계를 갖추게 됐다.

문제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나날이 확대되는데도 에너지 복지 관련 내용은 여전히 법령 세부 조항에 그쳐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에너지법은 산업통상자원부 법령으로 에너지 지출 효율화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어 복지적 관점에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에너지 빈곤 대상과 복지정책 범위를 규정하는 에너지복지법이 2010년부터 5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논의 시한을 넘겨 무산됐다.

수원역 노숙자 추위 스케치 (14)
에너지 빈곤 대상과 복지정책 범위를 규정하는 에너지복지법이 2010년부터 5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논의 시한을 넘겨 무산됐다. 수원역 환승센터 인근에 겨울을 나기위한 노숙인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2023.11.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실제 국제사회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복지 관련 상위법을 제정하는 추세다. 영국은 2000년 '주택난방 및 에너지보존법'을 제정해 에너지빈곤층 대상을 일찍이 규정하고, 취약계층의 에너지빈곤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지원전략을 수립했다. 프랑스도 2010년 제정한 '그르넬환경법2'를 바탕으로 에너지빈곤 개념과 공공 주거환경 개선정책의 기틀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도 상위법 개념의 에너지복지법이 마련돼야 단발성 지원책에 의존하지 않고 지원 대상과 정책 체계를 재편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김혜미 녹색당 대변인은 "현행 체제는 매년 에너지 복지 대상이나 지원 내용이 달라지면서 한계가 뚜렷했고, 복지부가 아닌 산자부에서 복지정책을 이끌다 보니 예산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면서 "에너지복지법을 바탕으로 에너지빈곤에 대한 정의부터 바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실제 취약한 환경에 거주 중인 이들의 목소리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시민들이 스스로 취약한 환경을 고쳐 쓰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자체가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형태다. 인천시와 사회적기업이 연계한 '빈집은행' 정책이나, 시흥시 민간 시민단체 활동이 바탕이 된 '시흥형 주거지원' 정책사업 등이 이러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자체와 정부 당국이 일방적으로 건물을 고쳐서 제공하는 식이 아니라, 주민공동체와 논의 단계서부터 함께 고쳐 쓸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정책으로서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예산도 절약하면서 빠르게 질적 개선을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