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非서울행'·尹대통령 '지방시대'
수도중심 기존체제 깨는 과감한 혁신 정신
지역경제 살리는 원동력 그 방향성은 같아
지역 상권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실제 매출 증진 효과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수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과 고물가 상황 등으로 오랜 기간 시름이 컸던 인계동 상인들의 얼굴엔 화색이 가득했다. 많은 영화인들의 출현에 수원에 집중된 시선 역시 뜨거웠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대종상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지방정부와 협업해 진행한 것이었는데, 경기도 역시 영화제 개최 전부터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영화제 홍보대사인 배우 정혜인이 개최지가 경기도 수원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난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시구에 나서기도 했다.
유서 깊은 대종상 영화제가 26년 만에 서울 외 지역에서 진행된 것은 심사위원회가 대대적인 혁신을 약속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영화인들의 축제인 대종상 시상식은 그간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졌었다. 공정성 시비 속 불참자에겐 상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영화제 측에, 영화인들은 보이콧으로 대항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에도 국민심사단을 대상으로 NFT를 발행, 구매 개수에 따라 혜택을 차등으로 부여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양윤호 집행위원장은 "제59회 영화제는 다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새로운' 대종상을 공언했다. 그리고 26년 만에 비서울지역에서 막을 올린 것이다. 문화예술계에서 서울을 벗어난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 문화·예술 시장이 비교적 서울에만 집중돼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종상 영화제가 경기도를 택한 것은 관행을 타파하는, 언뜻 작아 보이지만 매우 큰 걸음이었다.
혁신의 일환으로 경기도행을 택한 대종상의 행보는 경기도 곳곳에서 서울 편입론이 번지는 현 시점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경기북도 김포시가 아닌, 서울시 김포구를 희망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한편, 경기도 내 다른 지자체의 행정구역 개편 역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구리시, 하남시 등 곳곳에서 서울 편입을 자처하고 나섰다.
다수는 이를 총선용 구호일 뿐 현실성 없는 방안으로 여기고, 오히려 쓰레기매립장 같은 서울의 골칫덩이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각에선 커지고 있다. 경기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한 도민 66.3%가 서울 인접 경기도 지자체들의 서울 편입에 반대한다는 결과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단순히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일축하기엔 '수도 서울'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해당 경기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점은 관건이다. 당장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가 서울 편입에 대한 가치 상승을 점치면서 들썩이고 있고, 서울에 인접한 지자체 주민들은 하나둘씩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다. 그게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따른 폐해를 줄이고 미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대 정권 중 처음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합해 담은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지난 2일 발표한 점은 윤석열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종상 영화제의 '비서울행'과 윤 대통령의 '지방 시대 주창'엔 공통적으로 서울 중심의 기존 체제를 깨고자 하는 과감한 혁신 정신이 그 중심에 놓여있다. 활기를 잃은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 방향을 함께 한다. 대종상 영화제의 경기도 개최가 유독 반가웠던 이유다.
/강기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