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9900억 투입 대책 발표
"임금격차 좁히기 다면적 접근을"


신모(20대 후반·안산시)씨는 지난 1월 말 퇴직 후 현재까지 10개월가량 일을 쉬고 있다. 2년 가까이 경비 업체에 다녔지만 적은 임금과 고된 업무에 일을 그만뒀다. 퇴사 직후 처음엔 조금 쉬다가 일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올 하반기 아직까지 입사 원서를 넣은 곳은 없다. 신씨는 "스포츠 관련 전문대를 졸업해 졸업 후 갈 수 있는 회사가 적었다. 일단 취직했지만 친구들과 비교할 때 임금이 적고 비전이 보이지 않아 그만뒀다"며 "벌어놓은 돈이랑 여러 정부 지원이 있어 아직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에 크게 문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씨처럼 경제활동이나 구직을 하지 않는 '그냥 쉰' 청년이 올해 4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노동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1~10월 평균) 청년층 인구의 4.9%(41만4천명)는 '쉬었음' 인구로 집계됐다. 이는 정점을 찍은 2020년(5%, 44만8천명)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2021년(4.8%, 41만8천명), 2022년(4.6%, 39만명)과 비교하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쉬었음'은 육아나 가사, 학업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와 달리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서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2010년 초반엔 전체 청년의 2%에 불과했다.

'쉬었음' 기간이 장기화하면 추후 고용 가능성이 줄어들고 취직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그냥 쉰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면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5일 내년에 9천900억원을 투입해 이들 청년을 노동 시장으로 유인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청년의 유형별 특성과 최근 일자리 환경을 고려해 재학, 재직·구직, 취약청년 등 단계별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재학 단계에선 민간·정부·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확대·제공한다. 신기술 인재 양성 사업인 'K-디지털 트레이닝' 등 기업 수요 기반의 첨단 인재 교육도 강화한다. 재직·구직 단계에선 신입사원의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워라밸 구축을 위해 사업장에 1인당 30만원을 지원해 노동 시간 단축을 유도한다. 그냥 쉰 청년들의 구직 단념을 예방하기 위해 집단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는 청년성장 프로젝트도 도입한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성공하려면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 대부분 임금과 처우 등이 좋은 대기업 등의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자 간 임금·고용 여건 격차 등을 일컫는 '이중 구조'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공고화돼 있어 청년들이 열심히 해도 갈 수 있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 이에 일자리 미스매치가 지속되고 구직을 단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발표에 이런 문제 의식이 담긴 정책들이 포함됐지만 임금 격차 등을 줄이는 정책 등 보다 다면적인 접근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