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김포·구리 서울편입' 이제와 민심듣기
'시장서 구청장 되겠다'는것 자체 생뚱맞아
각종 사업 특별법 남발로 땜질할 일들 아냐
'메가시티' 외치기전 중첩규제부터 풀어라
'당론'이 '민심'을 앞설 순 없다. 김병수 김포시장·백경현 구리시장이 진정 지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김포구'·'구리구'를 불가피하게 선택하려 했다면, 불과 1년4개월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이에 대한 비전을 공약화해 시민의 판단을 받아야 했던 게 맞다. "수도권매립지 제4매립장이 김포 땅이라 서울에 편입되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리시는)각종 규제로 자족 도시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란 말들도 지난 지방선거 때 당당히 했어야 한다. 새로운 지방권력이 된 지 채 1년여 만에 '시장'에서 '구청장'이 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생뚱맞다. 게다가 두 시장 모두 후보 시절 당시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와 함께 '원팀'을 맺고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때문에 시작됐다는 핑계도 구차하다. 경기도 계획안에는 김포시는 경기북도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 게다가 경기북도는 숙의 과정이라도 거쳤다.
명분도 없지만, 실리는 더 없다. 자세히 따지면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크다. 경기도처럼 서울시 역시 수도권 규제로 묶여 있는 데다, 자치구로 전환될 경우 도시계획 관련 사무는 사라진다. '특별자치구'로 편입해 달라지만, 재정 배분 등으로 서울시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 잘 안다.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은 국비 지원이 70%에서 50%로 줄어들고 서울시 버스 총량제도 이미 정해져 있어 다른 노선을 조정하지 않는 이상 새로 편입되는 지역 내 증차도 쉽지 않다. 광역버스 사업계획 역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결정하기에, 서울시 편입과는 무관하다. 특별법 남발로 땜질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기도 역사가 1천년이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수도 주변의 고을을 묶어 '경기'라고 불렀다. 수도를 감싸고 서울과 따로 또 같이 수도권의 삶을 살아왔다. 경기도민 다수가 서울 생활권이다. 인접하지 않더라도 용인·화성·오산 등이 다 그렇다. 서울 생활권이라고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것은 경기도와 역사에 대한 무지한 이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고백과도 같다. 지난 몇 주간 서울 편입 논란으로 1천300만 경기도민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경기도 지자체들이 서울로 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곡해되고, 서울시가 이들에게 시혜를 베풀어야 하는 것처럼 비쳐져 속상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포시장·구리시장이 서울 편입이 불발된 후, 경기도민에게 굴욕을 준 그 수 많은 말을 어떻게 주워담을 수 있을까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이미 여론으로 판정 난 실패한 당론에 여당이 어떻게 출구 전략을 짤지도 궁금하다. 진심을 묻고 싶다. 경기도민들이 안고 있는 현안과 삶의 고통을 해결해 주고 싶다면 '서울 메가시티'를 외치기 전에 수도권 중첩규제부터 풀고 와라. 그래야 뱉은 말에 신빙성이라도 생긴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