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만능주의'가 신도시 개발에까지 촉수를 뻗쳤다. 경기도에 조성되는 신도시 사업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권역을 벗어나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김헌동 SH 사장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달성하려면 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3기 신도시 참여 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다.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게 이유다. 지금 주장대로라면 최근 정부가 신규 지정한 오산 세교, 용인 이동, 구리 토평 등까지도 SH가 참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SH는 이미 주사위를 던졌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법·지방공기업법에 따라 SH가 경기도에서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SH가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를 국토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유권해석은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김포 서울 편입 논란처럼 시도에만 그칠 공산이 크다. SH가 참여의사를 내비친 광명·시흥 등은 이미 LH와 GH의 지분율과 사업 구조가 정해져 있다. 이를 조정하려면 경기도와 GH가 동의해야 하는 데, 김세용 GH 사장은 이미 "SH 참여는 생뚱맞고 명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과제가 있어서다. 광명·시흥지구 광명총주민대책위원회는 LH와 GH의 보상 지연으로 원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고 있다며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밥 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2025년 말 보상공고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 또한 그때 가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이라고 주장한다. 보상만 바라보는 이들의 고통도 외면할 수 없다.

개발이익 환원은 해당 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신도시 조성은 자본만 댈 수 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의 개발사업이 서울로 환원될 수는 없다. SH 주장이 말이 안 되는 근본적 이유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GH 내실화 작업은 즉시 이뤄져야 한다. SH 자본금은 7조3천억원인 반면 GH는 자본금이 1조7천억원에 불과하다. GH의 부채비율 상향 등을 통해 개발 여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 다행인 점은 경기도·경기도의회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와 GH는 보다 적극적인 자본 확충 계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