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치, 세계로 가다·(上)] 대세가 된 '중부식 김치'
연천·파주·화성 '오색소반 포기'
작년 日·美 100만달러 규모 수출
K-김치 각광속 '덜 매운 맛' 주목
지난 20일 오후 4시께 연천군 청산면 한국농협김치공장. 직원 100여명이 20시간 절인 연천산 배추에 김칫소를 척척 버무리자 빨간빛이 도드라진 '오색소반 포기 김치'가 완성됐다.
오색소반 김치는 연천군의 청산김치, 파주시의 해담채김치, 화성시의 수라청김치를 합친 브랜드로 전통 중부식 김치다. 양념이 과하지 않고 새우젓 베이스로 간을 해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현재 경기지역 초·중·고 절반 이상에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8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에 수출한 규모는 100만달러에 달한다.
이만수 한국농협김치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20억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배추부터 소금, 고춧가루 등 모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전통 김치를 계속 발전시키고 김치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2일이 '김치의 날'인 가운데, 한국 전통음식 김치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며 올해 수출 성적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특히 현지 외국인들의 입맛에 중부식 김치가 통할 수 있다고 평가받으면서 경기지역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21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1~10월) 김치 수출국은 일본, 미국 등 93개국으로 집계됐다. 90개국을 넘은 건 역대 처음이며, 10년 전인 2013년(61개)보다 32개나 증가했다. 올해(1~10월) 김치 수출액과 수출량은 각각 지난해 동기보다 10.1%, 7.2% 증가한 1억3천59만달러, 3만7천110t을 기록했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코로나19 특수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2021년(1억5천992만달러, 4만1천118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상황은 중부식 김치를 만드는 경기지역 김치 기업들에 호재라는 평가다. 정갈하고 담백한 중부식 김치가 비교적 양념이 약하고 맵기가 덜한 김치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기준 경기지역 김치 수출 기업은 모두 6곳이다. 대표적으로 수원시 소재 풍미식품은 37년 전통 '유정임 포기김치'를 호주에 수출하고 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유정임 명인이 국내산 재료로 만든 전통 김치로, 중부식과 남도식 김치 모두 판매한다.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산업지원연구단장은 "기무치를 생산하는 일본에서도 한국 전통 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외국인들도 전통 김치를 찾고 있다"며 "현재 외국에선 김치를 약간 샐러드 형태로 먹고 있다. 간이 세지 않은 김치가 더 수용도가 높은 셈이다. 향후 전통 중부식 김치부터 먼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