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윤재옥 원내대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3 /연합뉴스

정기국회 개의 전 여야가 본회의 일정을 합의했음에도 여당이 ‘이동관 방탄’에 나서면서 여야의 약속이 형해화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각각 의원총회를 갖고 앞으로 남은 정기국회 본회의 일정에 대해 서로 다른 속사정을 노출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다음 본회의는 예산안 처리가 가능한 시점에 개최돼야 한다”면서 이달 30일과 내달 1일 본회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국회 홈페이지에 공지된 ‘제410회국회(정기회) 전체 의사일정’에는 9월1일부터 12월9일까지 계속되는 정기회에 11월30일과 12월1일, 12월8일 등 3회의 본회의 일정이 표시돼 있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마련된 이같은 의사일정에 대해 “올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임시일정을 잡아 놓은 것”이라며 “그 취지를 감안하면 예산안 합의가 없으면 본회의는 없는 것”이라고 명분을 댔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이 일정을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검사 탄핵안 처리에, 정쟁과 당리당략에 악용하겠다고 한다. 일종의 막장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우리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헌법적 정치공세에 불과한 방통위원장 및 검사 탄핵, 쌍특검에 대해서는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 안건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윤 원내대표 발언은 예산안 처리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한데 묶어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원내대표, 의원총회 인사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23 /연합뉴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난 홍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의 합의 일정 부인을 “자가당착”이라며 “서류로 합의한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본인이 사인했다. 양당간의 원내대표 합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는 “민주당은 당초 여야 합의대로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면서 30일 본회의는 국회의장이 약속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께서 (전날 여야 교섭단체 대표 회동에서) 이번 23일은 법사위가 파행됨으로써 안건이 5건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30일에 다 함께 처리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기존 약속대로 본회의를 열고, 그 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 탄핵안을 함께 의결하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에 나서는 한 본회의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하면서 법정 기한이 내달 2일인 24년도 예산안 의결에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