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남수동 12가구, 고령자 많아
한파에 "보일러 터질라" 노심초사

"술 한잔 마시고 자는 거지, 술로 추위를 견디는 거야."

수원 팔달구의 한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김모(80)씨는 다가올 추위를 술로 버틸 생각이다. 막걸리를 마시면 몸에 열이 오르고, 술기운에 잠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팔달구 남수동의 날씨는 겨울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포근했다. 주택 사이사이 좁은 길을 지나 걷다 보면 12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쪽방촌'이 눈에 들어온다. 이날 찾아간 김씨의 쪽방은 앞으로 다가올 한파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방 한편의 작은 창문엔 바깥에서 들어오는 한 올의 바람이라도 막으려는 듯 문풍지를 붙여놨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전기장판의 열기로 덮었다.

김씨는 "아직까지는 많이 춥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추위가 큰 걱정이다"라며 "밥이라도 먹고 살려고 행궁동에서 장난감 장사를 하고 있는데 더 추워지면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막걸리를 들이켰다.

권선구 평동의 한 쪽방촌을 소유하고 있는 이모(69)씨는 다가올 한파에 보일러가 터질까봐 노심초사다. 그는 헌 이부자리와 박스로 각 쪽방의 보일러를 감싸고 추위로 인한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씨의 쪽방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80대가 넘은 노인들이다. 누군간 사별로 또 누군가는 자녀와의 단절 등으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가 된 노인들은 작은 방에 낡은 부엌이 딸린 쪽방에서 추위를 견디며 지내고 있었다.

이씨는 "각 방에 기름보일러가 따로 있어서 영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보일러를 작동해 방이 훈훈해지지만 그래도 추울 거다"라며 "전기와 수도 비용을 포함해 2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는데 마땅한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겐 전기요금을 잘 안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기상청은 23일 오후 9시께 수원, 성남, 안양, 구리, 광명, 과천 등 경기도 27개 시·군과 서울, 인천에 한파주의보를 발효했다. 23일부터 찬 바람이 차차 강하게 불면서 24일과 25일 기온은 평년보다 낮아 추울 것으로 보인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