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행정구역 개편 만난 경기북도의 미래는
道, 정부 결단 못 내리면 '초강수'
국힘이 꺼내든 서울 확장론 변수
추진 과정 주민반발 부작용 우려
일부 북부 지자체 이탈도 걸림돌
민선8기 핵심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경기북도) 설치'가 12월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1대 국회에서 경기북도 설치 관련 특별법 통과를 위한 주민투표 마지노선으로 12월 중순을 언급, 정부가 이때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의견청취로 선회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꺼냈다.
게다가 정부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으로 촉발된 서울 확장론 등 행정구역 개편 논란을 주시 중이며 이미 주민투표 비용 관련 회의적 목소리를 내 경기도가 방향을 틀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전국에서 가장 큰 지자체를 둘로 나누는 중대한 사안인 데다 국민의힘이 서울 확장론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고 구리시 등 일부 경기 북부 단체장이 이탈 조짐을 보이는 상황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방의회 의견청취로 갈 경우 법적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주민 반발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경북 마산·창원·진해 통합 등 앞선 사례만 봐도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갈등 요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2026년 7월 경기북도 출범을 위해 21대 국회에서 경기북도 설치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법상 지자체의 폐치분합 등 국가정책의 경우 지방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거치면 된다.
관련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이행하기만 된다. 경기도는 보다 민주적인 절차로 경기북도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9월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꺼낸 서울 확장론에 일부 경기 북부 지자체들이 동조하고 행안부 역시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히면서, 김동연 지사는 최근 정치적 이유로 정부가 주민투표 관련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경우 지방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특단의 조치'를 언급했다.
사실상 주민투표를 건너뛰고 경기도의회 의견청취로 경기북도 설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던진 셈이다.
실제 지금까지 이뤄진 행정구역 개편 사례를 보면,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지방의회 의견청취만으로 이뤄진 경우가 상당수다.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마산·창원·진해 통합 등이 그 예다. 2014년 이뤄진 청주와 청원군 통합의 경우 주민투표를 거쳤는데 잇따른 청원군 반대로 논의가 3차례 무산됐고 4번째 논의에서야 주민투표를 추진하게 됐다.
문제는 행정구역 개편 이후다. 마산·창원·진해 통합의 경우 추진 과정에서 창원시민의 반발이 컸지만, 창원시의회가 찬성하며 통합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통합 이후 통합시 명칭, 청사 소재시 선정 등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부작용이 터졌다. 주민투표를 거친 청주·청원 통합 역시 통합 이후 유의미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서울 확장론과 함께 거론되면서 일부 북부 지자체의 이탈도 걸림돌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최근 양주,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으로부터 구리시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북도 설치에 찬성하나, 서울시와 생활·경제권이 밀접한 지역은 서울시 편입 등으로 조정하는 것이 부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병수 김포시장을 시작으로 구리시, 고양시 단체장을 만났으며 과천시와도 만날 예정이다.
여기에 도의회 경기북도 특위 위원장도 현재 경기북도 추진단이 행정적 업무에만 집중돼 경기북도 관련 정부를 도의회조차 인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경기도가 방향을 튼다고해도 풀어가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이런 상황에 대해 경기도는 일단 12월 중순까지 행안부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찬성하는 정책이 나오긴 쉽지 않다.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경기도 차원 여론조사에서 경기 북부는 물론 남부도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경기도는 일단 행안부의 답변을 12월 중순까지 기다리고 만약 이후에도 답이 없다면 지방의회 의견청취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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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