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외곽지역 위치 발길 드문 곳

CCTV 플라스틱 통 옮기는 모습 확인

조계종 ‘소신공양’ 판단… 인근엔 메모

경찰, DNA·필적 감정 경위파악 나서

[포토] ‘자승스님 입적’ 칠장사 화재 현장 합동감식
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 화재로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갑작스런 화재 사고로 입적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불교계는 자승스님이 스스로 입적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그가 최근까지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온 데다 뚜렷한 화재 경위도 밝혀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방화 등 또다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자승스님 외 화재 당시 현장 출입자는 없었다며 일축한 가운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감식 등을 벌이고 있다.


30일 오전 10시께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는 영하권 한파에도 아침 일찍부터 인근 지역민들과 불교 신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화재 수습을 위해 통제선이 둘러쳐져 출입이 저지되면서 멀찍이서 불에 탄 요사채의 잔해 흔적만 지켜보고 있다. 자승스님은 전날 오후 6시50분께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 생활공간)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지역 불교 신도들은 화재 현장에 자승스님이 있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내비쳤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비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한 칠장사는 주기적으로 다니는 신도가 50여명에 불과하고 특히 평일에 이곳을 찾는 발길은 매우 적다고 입을 모았다.


칠장사 입구 쪽 마을회관에서 만난 죽산면 부녀회장 박모(70대·여)씨는 “50년여 동안 칠장사 주지스님과 교류하는 일은 있어도 자승 스님이 이곳을 오고 가는 걸 보거나 들어본 적은 딱히 없었고 주민들도 대부분 몰랐다”고 했다.


실제 서울 강남 봉은사 회주로 있는 자승스님이 칠장사에서 입적한 배경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승스님은 최근까지 언론 인터뷰 등 대외활동을 소화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국정원도 자승스님 입적 경위에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다만 조계종은 공식적으로 자승스님이 스스로 분신을 선택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조계종 측은 이날 오전 자승스님이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현장 인근에서는 자승스님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 2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메모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미안함을 표하면서 경찰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음을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도 CCTV 자료를 통해 불이 난 요사채에는 자승스님 홀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방화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정확한 화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자승스님은 플라스틱 통 2개를 직접 옮기는 모습이 CCTV 영상에 담긴 것으로도 파악됐다.


경찰은 요사채에서 발견된 법구가 자승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확인하는 한편, 신원을 명확하게 파악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에 대한 필적 감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 조사당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칠장사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감식 인원은 모두 17명으로 최초 발화점 및 잔해 수거를 통해 화재 발생 경위를 정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정확한 감식 결과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