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접수 신고 반려 금지돼
'수사관 부패해 무시' 교체 요구에
'칼 들고 간다' 협박에 대비하기도


악성민원 피해 받는 일선경찰 민원실 안내문
30일 오후 인천의 한 경찰서 종합민원실에 경찰청에서 제작한 민원응대 안내문이 부착되어있다. 2023.11.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찰도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1월부터 민원인 신고 접수를 반려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경찰관들이 반복적인 민원 제기 등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민원인들의 모든 신고를 누락 없이 응대하겠단 취지인데, 경찰 내부에선 '공권력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는 10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을 개정해 11월 초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엔 민원인의 신고 접수 절차를 간편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과거엔 민원인이 경찰서에서 사전 상담과 조정을 받았으나, 이제는 이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양식에 맞게 고소장을 작성·제출하면 경찰은 무조건 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악용하는 민원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거에도 일부 민원인이 신고 접수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같은 신고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인천 한 경찰서 관계자는 "예전에도 일부 민원인은 수사관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정서 등을 평가한 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민원을 반려하면 수긍하지 않으려 했다"며 "한 민원인은 수사관이 부패해 자신의 신고를 무시한 것이니 수사관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경찰서 민원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천 한 경찰서 민원실에서 민원인 응대 업무를 주로 하는 한 주무관은 "상담을 받던 한 사람이 자신의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갑자기 칼을 들고 오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며 "돌발 상황을 대비해 형사들과 함께 민원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반복 민원 제기나 폭언 등을 막을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푸념했다.

한편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11월23일자 6면 보도).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