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상생 노력 매진
상생 회의에 대표 직접 참석…발빠른 대처
학자금 지원 등 대리점 지원 혜택 확대 중점
공정거래위 ‘2023년 대리점 동행기업’ 선정
남양유업 대리점 직원이었던 A씨는 2011년 시흥지역의 대리점을 인수해 12년째 운영하고 있다. A씨가 인수한 이후 2년 뒤인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대리점 전반에 걸쳐 유통기한 임박 제품 등의 구입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반품 제한 정책마저 엄격해, 대리점들이 떠안은 물품을 반품하지도 못해 전전긍긍했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 영업 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A씨는 당시 일을 “영업력이 뛰어난 대리점에선 ‘밀어내기’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대리점에선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이니 그냥 버려야 했다. 그러면서 대리점들이 피해를 많이 봤던 게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논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A씨 설명이다. 특히 몇년 전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변화 노력이 더해졌다고 했다. A씨는 “일단 ‘밀어내기’ 같은 건 없다. 반품을 제한한다든지, 유통기한이 임박한 걸 본사에서 보내는 일도 매우 개선됐다”며 “본사하고 대리점들이 분기별로 한 번씩 1년에 총 네 번 상생 회의를 연다. 그 회의에서 일선 대리점들의 목소리를 많이 내는 편이다. 본사에서도 받아줄 건 수용하고, 대리점들이 본사 정책을 이해할 부분이 있으면 하고 그렇게 상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18년째 운영하는 B씨도 2013년 사태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고 했다. B씨는 “2013년 사태 때 가장 이슈가 됐던 게 ‘밀어내기’와 직원의 막말 논란이었다. 그 이후 남양유업 대리점과 전국대리점협회가 협의해, 대리점주가 원하지 않은 물건을 본사가 배송한 경우엔 즉각 반송할 수 있도록 한 반송 시스템을 구축해 2015년부터 시행했다”며 “더 이상 예전 분위기는 없다. 지금은 본사, 직원, 대리점 모두 잘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상생 회의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은 현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가 소통을 강조하는 측면과 맞물려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B씨는 “김 대표가 항상 회의에 참석한다. 그러다보니 건의사항이나 시정 요구사항 등 대리점 요청에 대한 대응이 빠르다. 예를 들어 대리점에서 ‘우유팩에서 우유가 샌다’는 얘기를 하면 즉각 공장에 조치를 취하게끔 한다.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로 시종일관 응한다. 대리점에선 소통이 강화됐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대리점에 대한 복지 정책도 강화됐다는 게 두 대리점주의 공통된 말이다. 특히 학자금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A씨는 “학자금 지원은 타사 대리점에서도 굉장히 부러워하는 제도다. 타사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려고 했다던데 지지부진하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B씨도 “예전에 없던 복지 정책이 많이 생겼다. 대리점주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한다든지, 출산 장려금을 준다든지, 대리점을 20년 운영한 점주에겐 100만원 상당의 여행 경비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부분들이 만족도가 높다”며 “남양유업 제품이나 대리점 운영에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타사 대리점은 굳이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10년간 기울여온 상생 노력이 이윽고 빛을 발했다.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23년도 대리점 동행기업’에 선정됐다. 대리점과의 거래 관리 규정을 명확히 정비하고 공정위가 만든 표준거래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대리점과의 계약 시 활용하는 등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논란 이후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분기별 상생회의 등을 통해 대리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불편 사항을 해소하는 데도 중점을 둬왔다.
각종 지원도 늘려왔는데, 대리점이 거래처를 개척하는데 발생한 비용을 지원하고 공급가를 인하하는 한편 매출 확대를 위한 판촉 활동 등도 지원했다. 또 2013년부터 누적 13억800만원가량의 학자금을 지원해오는 등 복지 혜택에도 주력했다는 게 남양유업 설명이다. 대리점들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 같은 상생 노력이 대리점주들의 버팀목이 돼왔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이런 점이 이번 ‘대리점 동행기업 선정’에도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13년부터 상생과 협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매진한 임직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화답한 대리점주 여러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10년의 노력에 그치지 않고 100년을 바라보며 대리점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