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임대 조성된 '혼합주택단지'
시설 설치·운영 놓고 다른 목소리
문제 해결 기관 없어 분쟁 장기화
지난 6일 오후 1시께 찾은 하남시 소재 A혼합주택단지(분양 210세대, 임차 474세대). 이곳은 지난해 4월 커뮤니티센터에 LH 지원을 토대로 작은도서관을 조성했지만, 1년 반이 돼가는 이날까지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단지 내 분양 가구 입주민들이 주를 이룬 입주자대표회의의 반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공간에 돌봄교실이 필요한데 합의 없이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져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임대 가구 입주민들은 도서관 개관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2년 전 공공임대로 입주했다는 김모(40대)씨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도서관이 생겼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분양·임대 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혼합주택단지(소셜믹스)가 주거 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분양·임대 가구 주민간 마찰을 빚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시설 설치·운영 문제를 두고도 A단지처럼 갈등을 겪는 혼합주택단지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단지 내 시설을 설치·운영하려면 분양 가구 입주민들이 구성한 입주민대표회의와 임대 가구 입주민들이 모인 임차인대표회의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이다.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비단 시설 문제 뿐만은 아니다. 심각한 경우 입주민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간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혼합주택단지에선 임대 잡수입의 사용처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견만 반영되고 임차인대표회의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이런 갈등을 강제적으로 해결할 권한도 없어 양측 줄다리기가 장기간 이어지기도 한다.
임대 가구 입주민들 사이에선 분양 가구 입주민들보다 대표회의 구성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의견 개진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공공임대아파트 1천157개 단지 중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된 단지는 절반 수준인 585개(50.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혼합주택단지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분양·임대 가구 입주민 간 분쟁 발생 시) LH와 지자체가 분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