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과 다섯번째 만남
“트라우마 치유 첫걸음은 진상규명”
유가족들, 진정성 있는 위로에 호응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트라우마 치유의 첫걸음은 진상규명이고 진상규명에 따른 책임으로 시작해야 트라우마가 치료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를 위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이번 국회를 통과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13일 오후 수원시에 위치한 도담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진실규명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필요하다면 처벌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재발방지, 유가족 보상이 풀려야만 유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김동연 지사와 유가족의 5번째 만남으로, 지난 10월 참사 1주기 때 이태원 분향소를 방문한 김동연 지사에게 유가족들이 요청하면서 마련됐다. 지난해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경기도민 40명을 포함해 159명이 희생됐다. 경기도는 참사 이후,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공직자로서 부끄럽다며 사과했다.
또한, 경기도 자체적으로 분향소 운영기간을 연장하고 참사 초기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을 ‘희생자’로 변경했으며 유가족 요청을 받아들여 경기도청에 마련된 분향소에 영정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참사 100일, 1주기는 물론 지난 4월 10.29 유가족들이 전국을 다니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진실버스’가 수원을 방문하자 직접 만났다. 열흘간 전국을 돌던 유가족을 만난 단체장은 김동연 지사가 유일했다.
김동연 지사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인 선감학원을 언급하며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은 권위주의 국가 시절 어린이들을 수용, 학대하고 생명을 잃게까지 했다. 이후 저는 진실화해위원회와 만나 진상 규명 작업을 했고 결과를 발표할 때 공직자로는 처음 공식 사과했다”며 “지금은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도 진행 중인데, 당시 만난 한 피해자는 피해보상도 좋지만, 책임 있는 사람이 사과해 이제는 두 발을 뻗고 자겠다고 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감학원과 같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 지금 이 시간에는 없을까. 여전히 많다. 양태와 방법만 달라졌을 뿐”이라면서 “1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호 참사, 10.29 참사에 대해 공공에 있는 사람이 책임지고 진심 어린 사과와 예방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고 이제는 별이 된 시민들에게 떳떳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김동연 지사의 진정성에 유가족들도 감사를 표하며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참사가 발생한 지 약 3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유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김동연 지사님이 처음 분향소를 방문해 저희를 위로했을 때 도지사,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정성 있게 위로했다”며 “도담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따스한 마음을 느꼈다. 만약 서울시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면, 같은 마음이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날 도담소에는 경기도가 운영 중인 온라인 추모관에 올라온 도민들의 메시지가 전시됐다. 이정민 위원장은 “1주기에 김동연 지사를 만나고 간담회를 요청할 때만 해도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금 유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농성하며 굉장히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 자리는 그러한 과정을 위로받고 위안받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호경씨도 “오늘 12월 13일은 참사로 희생된 제 아들 김의현의 31번째 생일이다. 지난해 참사가 없었더라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축하받으며 평범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라고 울먹이며 “참사가 일어나면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쏟아지는 폭우, 칼바람을 맞으며 (이를) 부르짖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을 더는 차가운 도로 내몰지 말아달라. 희생자 명예회복과 그날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