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외국인 10명 중 1명 온라인 피해

구제기관 제공하는 절차 이해 어려워

전세 피해 러시아인 지원 사각 속에

#사례1 네팔에서 온 바란(40대·가명)씨는 1년여간 인터넷 사칭 사기로 총 4천여만원의 피해를 당했다. 작년 여름 바란씨는 한 여성으로부터 “구미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인데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수차례 여성에게 송금했고 해당 여성은 “돈을 받으면 돌려주겠다”고 말하곤 연락이 두절됐다. 이상함을 느낀 바란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동안 송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대책은 없었다.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었다. 바란씨는 한국에서 모은 돈을 날리고 내년 비자 만료로 다시 본국에 돌아간다.


#사례2 캄보디아에서 온 메싸(20대·가명)씨는 며칠 전 통장에서 수십만원이 이유도 모른 채 빠져나갔다. 메싸씨는 최근 알 수 없는 번호로 온 문자 메시지 속 링크를 클릭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휴대전화로 광고성 문자 메시지가 하루에도 여러 번 오고 있다”며 “어디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몰라 오는 번호마다 차단만 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행정 서비스와 상거래 등의 영역이 온라인으로 확장하며 한국어와 한글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온라인 범죄들도 늘어남에 따라 관계 당국의 행정 지원도 요구된다.


14일 ‘이주민 인권 실태와 정책 토론회’에서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발표한 ‘이주민 디지털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10명 중 1명꼴로 온라인상에서 각종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경험한 사례가 전체 응답자 중 28.7%로 가장 높았고 전자상거래 사기 피해와 피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각각 18.5%와 13.6%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 방법을 찾기는 막막하다. 대부분이 피해를 당해도 이를 관공서나 유관 기관에 알리기보다 주변 지인 혹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다. 이는 피해구제 기관에서 제공하는 구제 방법이나 절차 등이 외국인에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수원시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러시아인 나탈리(30대·가명)씨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까지 받았지만, 임차권 등기나 공·경매절차 등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어려워 세부적인 구제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이정은 팀장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안 등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