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감소로 내년부터 임무 해제
주민들 작아지는 軍 일찍이 체감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
"그럴 줄 알았네. 신병 손님은 줄어든지 꽤 됐어."
지난 13일 오후 2시께 파주시 문산읍. 한산한 골목길 양옆으로 오래된 식당과 철물점 등이 줄지어 서있다. 4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했다는 이모(60대·여)씨는 "예전엔 입소식을 앞두고 전국에서 예약이 몰려 일찍이 가득 찼는데, 코로나 끝나고도 한 1년 동안은 절반을 겨우 채워 왔다"면서 "'몇 년 뒤면 다 없어지겠지'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은 전통시장과 편의점, 군용품점 등이 위치한 이 동네는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이하 신교대)에서 가장 인접한 지역 생활권이다. 1사단 신교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임무 해제되는 사실이 최근 발표됐다. 소식을 처음 접한 주민들은 대체로 아쉽지만 체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식집에서 만난 주민 김모(60대·여)씨는 "30년 전 근처 미군 부대가 철수할 때도 동네가 완전히 바뀌어 자리잡히기까지 한참 걸렸는데 부대들이 계속 없어진다 하니 또 한번 그런 시기가 찾아오는 건 아닌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5시30분께 찾은 고양시 일산동구 육군 9사단 신교대도 내년부터 신병을 받지 않는 부대 중 하나다. 부대에서 불과 300m가량 떨어진 대형 카페 직원 백모(28·여)씨는 "사장님이 소식을 먼저 알고 걱정하긴 했다. 입소식과 퇴소식마다 평소 매출의 2~3배씩 올려 달력에 날짜도 따로 표기하면서 일정을 챙겨왔다"면서 "신교대 외에도 군인 상권이 갖춰진 지역이지만, 하나둘씩 없어진다는 소식에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5년 전 인근 식당을 차렸다는 박모씨는 "경기도내 다른 부대 근처 군인상권에서도 음식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신교대 입지를 고려해 개업했는데, 이미 당시부터 신병들은 많이 없었고 코로나 이후로는 입대 행사가 있어도 별로 손님이 없다"고 했다.
신교대 인근 주민들은 일찍이 '작아지는 군대'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육군은 최근 병력자원 감소 영향으로 경기북부에 위치한 1·9·25사단 신교대를 내년부터 임무 해제한다고 밝혔다. 실제 병역의무가 있는 20대 남성 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5만5천명 수준이던 20세 남성 인구는 오는 2040년 14만2천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병력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다른 전방사단 신교대도 추가로 임무 해제되거나 부대가 해체될 전망도 나온다. 육군은 각 전방사단이 담당하던 교육훈련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전방 지역민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군은 임무 해제가 발표된 신교대 건물과 막사 시설 등은 다른 부대가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관계자는 "건물과 인력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신교대 외 다른 부대 임무 수행에 쓰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