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공개후 장애아 부모들 공감
특수교사측 혼잣말·훈육 주장중
일부 "열악한 환경, 모두 피해자"
"장애 자녀를 둔 입장은 다 같으니까,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죠."
발달장애 아들을 둔 김모씨는 먹먹한 목소리로 법정 방청석에 자리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달 27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웹툰작가 주호민씨 자녀 특수교사 A씨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 4차 공판이 열리던 때다.
이날 법정은 장애부모와 특수교사, 경기도교육청 직원 등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 A씨가 주씨 자녀에게 한 발언이 담긴 녹취 음성 2시간30분 분량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진짜 밉상이네', '너 싫어, 정말 싫어' 등 문제가 된 A씨 발언이 재생될 때 방청석 일부에서는 탄식하거나 흐느끼는 반응이 나왔다. 이를 직접 들은 김씨도 "표현에 서투를 수밖에 없을 텐데, 가만히 듣고만 있을 아이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을 겪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는 얘기를 힘겹게 입 밖으로 떼면 부모들은 가슴이 무너진다. 약물을 늘려야 하나, 치료를 더 시켜야 하나 고민만 쌓인다"고 했다.
A씨 사건은 18일 5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 사건은 주씨 측이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고 고소까지 접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를 과도하게 압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법정에서 녹음본이 재생되고, 아동학대로 볼 만한 정황이 다수 드러나면서 반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 지난 공판에서 곽 판사는 일부 발언에 대해 "법리를 떠나 듣는 부모 입장에서 속상할 만한 표현이 있긴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문제가 된 발언들에 대해 일부 혼잣말이거나 훈육 과정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장애부모들은 이 사건이 부모와 교사 간 자극적인 갈등 구도로만 비춰지는 점도 걱정되는 입장이다.
공판 참관 예정이라는 수원지역 발달장애 아동 부모 B씨는 "부모나 교사, 특히 아이들은 모두 열악한 특수교육 환경의 피해자일 뿐이다. 교사 고충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협력하는 부모들도 많다"면서 "학급 당 특수교사 수나 전문인력 확충 등의 조치가 없으면 모두에게 같은 피해가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오는 5차 공판에서는 A씨 발언을 아동학대로 판정한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