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사회교육부기자.jpg
김산 사회부 기자
근 한 달여 동안 엑셀 데이터와 씨름하며 지냈다. 학부생 시절도 이 정도 분석 과제는 없었다. 원자료 14만건에서 4만5천건, 1만6천건, 3천900건, 713건…. 새로운 기준이 떠오를 때마다 이리저리 적용하며 다시 좁혀 갔고, 관련 폴더엔 이름 다른 엑셀 파일이 46개가 쌓였다.

'전세사기 위험' 판정을 내리려면 그 정도 엄밀함은 당연히 따라야 했다. 공개되지 않은 빅데이터인 만큼 마음은 더 무거웠다. 위험 시그널은 방대했으나, 자칫 엄한 주택에 낙인을 찍고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었다. 보도 내내 '전세사기' 용어를 한 번도 쓰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취재팀은 밤낮으로 토론하며 적정 기준을 좁혔고 결국 공개된 파일은 46개 중 6~7개에 불과했다.

특히 고민됐던 지점은 사기 의도성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전세금 미반환 피해가 우려되는 상태라는 점은 데이터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지만, 임대인의 심증까지 추정해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아마 경기도도 같은 고민이 들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도는 취재팀이 의뢰한 빅데이터 기관과 동일한 곳에서 이미 더 방대한 실거래 빅데이터를 받아 두었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전세피해 고위험 주택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와 취재팀의 판단은 엇갈렸다. 도 관계자는 '갚을 의지가 있는 선한 임대인들마저 압박감을 느끼면 피해 확대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자료 공개 이상의 후속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취재팀은 신중하더라도 최소한의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데이터엔 지금껏 드러난 피해보다 더 큰 규모의 위험성이 예측됐다. 피해 공론화 이전엔 범죄 취급도 못 받았던 사태이기도 하다.

같은 사회적 재난을 두고 지자체와 언론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정답은 없고 양쪽 모두 필요한 관점일 것이다. 취재팀은 현재 경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손잡고 운영중인 깡통전세 진단센터를 비롯, 남은 40여개 엑셀 파일들을 두고 씨름을 계속 이어가보고자 한다.

/김산 사회부 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