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지명됐다. 21일 오전 국민의힘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의 지명을 한 장관이 수락하고 장관직을 사임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 최고위와 전국위 추인 절차를 거쳐 다음 주 비대위원장에 공식 선임된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아온 한 장관이 여당의 비대위 사령탑이 되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그가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 인물이라는 정치적 입지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태생적 입지에서 한 내정자가 발휘할 정치력에 따라 그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주류는 윤 대통령의 신뢰 관계로 한동훈 비대위가 과감한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 힘으로 불리한 총선 판을 흔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한동훈 비대위가 '윤석열 직할체제'라는 숙명에 갇히면 그 결과는 본인과 대통령과 여당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검사 대통령에 최측근 검사 출신이 여당의 대표를 맡는 파격은 전대미문이다. 당내 일각에서 용산과 수평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정치적 경륜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던 배경이다.

시중에는 총선 준비 검사 '50명 대기조'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총선 물갈이용으로 검사 출신들을 대거 투입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동훈 비대위의 혁신 공천이 검사공천으로 드러난다면 야당의 검찰공화국 공세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인물과 세대교체로 민심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한동훈 비대위의 운명이 걸린 셈이다.

한 내정자의 정치력은 베일에 가렸다. 법무장관 경력만을 평가하자면 야당 공세에 맞선 논리정연한 대응으로 대중의 지지를 획득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인사 실패를 초래한 법무부 인사검증단 지휘 결과는 참담하다. '여의도 문법'을 비판하고 국민의 문법을 강조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논쟁 태도는 타협과 협력의 정치력에 의문을 낳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도로 인해 총선 전망이 어두운데 '김건희 특검'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설상가상이다. 총선에 지면, 식물정권으로 떨어지고 대선주자 한동훈의 전망도 어두워진다. 한동훈 비대위가 이 엄중한 혈로를 돌파하고자 한다면 사즉생의 각오로 용산과의 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