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노동자 등 3쌍 합동결혼식
이주노동재단 등 단체 후원
혼인가정 10곳중 1곳 다문화
대부분 저임금에 여전히 어려움
"7년 동안 연애하다 이제야 결혼합니다."
캄보디아 전통 옷을 갈아입고 나온 신랑 쎄이하(36·캄보디아)씨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지난 24일 쎄이하씨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만난 스레이 뻐우(35·캄보디아)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몇 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지만, 결혼식을 올릴 엄두는 내지 못했다고 했다.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그는 "공장을 다니며 200만원 내외의 월급을 받는데, 결혼식을 하고 싶어도 1천만원이 넘게 들어 포기했다"며 "이번에 거의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서 부모님이 계신 캄보디아에서 한 번 더 식을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 곤지향어울림마당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족 3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한국이주노동재단이 주최하고 국제안전보건재단을 포함해 여러 지역단체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웨딩드레스, 화장, 헤어 등 여러 지역단체가 물심양면으로 이들의 결혼식을 도왔다.
결혼식은 나무바닥 위에 레드카펫이 깔리고, 벽에 각종 풍선과 꽃이 붙었으며, 플라스틱 의자가 깔린 투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캄보디아 전통 의상을 입고 친구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한껏 꾸민 상태였다.
오후 2시께 식이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부부 3쌍이 환하게 웃으며 서있었다. 쎄이하씨의 회사 동료인 귀화자 박지현(34)씨는 "둘다 착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는 걸 보니 제가 더 기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촛불점화와 주례사, 결혼서약 등 예식의 단계 사이사이마다 무대 왼편에서는 캄보디아 전통 악기와 밴드로 캄보디아 음악이 건물을 울릴 만큼 즉석에서 연주됐다. 이에 맞춰 남녀 가수 두 명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캄보디아 국적의 노동자들은 의자를 다 치우고 무대 가운데로 나가 '로암웡'이라 불리는 전통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서로의 팔을 끌어당기며 부끄러워 하는 친구들을 나오라고 이끌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혼인가정 10곳 중 1곳이 다문화가정이다. 다문화가정은 부부 중 한명이 한국인인 경우만 측정한 수치라, 외국인들 간의 혼인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평균 결혼식이 3천만원을 훌쩍 넘고, 외국인노동자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탓에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이날 또 다른 커플 역시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이가 계속 떼를 쓰고 있어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이번 결혼식에서 유일한 자부담이었던 웨딩드레스 세탁비용 15만원을 내기 어려워 식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센터에서 20여년 동안 일한 조정아 상담팀장은 "원래 스리랑카 커플도 같이 식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직전에 관뒀다"며 "반은 우리가 내줄 테니 나머지만 내라고 설득했는데도, 난민비자인 탓에 당장 일을 하기도 어려워 결국 포기했다.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