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회 유치 실패·국비사업 목표 미달…
공직자들 타지역 비해 치열한 모습 안보여
정무직 일부 '총선 출마용 명함파기' 급급
이제는 정책 주력 능력있는 인사 발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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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유정복 인천시장은 '행정가'로서 명민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 여느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비교하면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테일도 강하다. 정책 입안 공무원이 시장에게 보고할 때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정치인' 유정복을 보는 평가는 엇갈린다. 유 시장의 안정적 시정 운영 능력을 치켜세우는 이들도 그의 정치적 성과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을 종종 본다. 3선 의원 출신에 장관까지 지낸 유 시장 입장에서 '정무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고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세간의 평가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인으로서 유정복 시장에 대한 평가가 박한 이유 중 하나는 '인물난'에 있다고 본다. '시장 주변에 사람이 참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유 시장은 민선 6기(2014~2018년) 시절 공직자들에게 사심이 개입되지 않는 적재적소 인사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민선8기 들어서 그 원칙이 조금 무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시장이 정치적 성과를 도모하려 해도 주변에서 뒷받침하는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사례로 인천시의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옛 한상대회) 유치 실패 과정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은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쟁했다. 해외 750만 재외동포 거점인 재외동포청을 품고 있으며 공항·컨벤션·호텔 등 국제대회 유치 인프라가 구축된 인천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유치전에서 강력한 후보였지만 전북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투표권을 가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운영위원 49명 중 다수가 인천이 아닌 전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북은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공직자들이 합심해 운영위원들을 일대일로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대회' 현장에 찾아간 김관영 지사가 이틀간 무려 16차례의 미팅을 소화할 정도로 강행군을 벌일 수 있었던 건 공직자들의 사전 준비 작업과 팀워크가 탄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천시가 올해 '국비 확보 전쟁'에서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점도 되짚어 봐야 한다. 인천시는 전년도(5조651억원)보다 4천200억원 증가한 5조4천851억원의 국비를 따냈지만 내실을 다지지는 못했다. 인천시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에서 밝힌 10대 국비사업을 기준으로 보면 목표액 619억원 중 고작 73억8천만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국회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인천시 서울사무소장이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국회 안팎에서 회자됐다. 국회와 대통령실을 경험한 인천의 한 정계 인사가 "다른 시·도 공직자들은 국비 확보를 위해 학연, 지연 등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다시피 해 치열하게 나서는 반면 인천은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인천은 국비 확보전에서 절박함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로 알려져 있다.

유 시장이 남은 3년 임기 동안 공약 사업과 현재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정무직과 실무직 라인에 어떤 인사들을 임명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민선 8기 유 시장 임기 초 임명된 정무직 중 상당수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이들 가운데 열의를 다해 일하며 시장을 보필한 참모도 있었던 반면 '총선 출마용 명함'을 파기 위해 인천시에 들어와 개인 영달에만 급급한 이들도 없지 않았다.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능력과 열정이 없으면서도 사심을 추구하는 인물을 주요 자리에 앉혀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오롯이 인사권자인 유정복 시장 책임일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인사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유정복 시장이다. 이제는 인천시 정책에 주력할 능력 있는 인사들을 발굴해 배치해야 한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유치 실패', '주요 국비사업 목표 미달' 등을 통해 유 시장 원맨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