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 작가 좋아하는데…'. 문장 하나하나 읽으며 신나게 메모하다 보면 왠지 모르게 바이라인에 적힌 사람과 친해진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기자의 개성이 가장 강하게 묻어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지금도 '기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문화면에서 보던 이름들이다.
거꾸로 신문 읽는 독자들이 금요일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날이 있다. 1월2일, 신춘문예 당선작이 실린 신년 특집호가 배달되는 날이다. 응모자만큼 문화면 애독자들도 새해 첫 신문을 매년 손꼽아 기다린다. 금요일자 문화면을 책임지던 기자와 당선자가 펼치는 인터뷰 기사는 또 다른 묘미였다.
새해 첫날 당선자들이 전하는 말은 회색 신문지 안에서 분명 생동감을 보여줬다. 거창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마음을 붙들었다. 기약 없는 일에 애써왔던 당선 소감을 읽다 보면 친구도, 가족도 아니면서 괜히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축하드립니다."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일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신춘문예에 대한 환상이 심했던 탓일까. 낭만은 없고 취재가 아닌 옛 직장에서 하던 행정업무에 가까웠다.
일이 얼추 마무리되자 그제야 서류 더미 속에서 미처 눈길 주지 못했던 당선자들의 시와 소설이 시야에 들어왔다. 퇴근 시간 사무실에 남아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했다. 얼마 뒤 메일로 받은 소감문까지 읽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래. 신춘문예였지'.
이제 취재의 시간만 남았다. 내년 첫 인터뷰이가 될 당선자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를 기다릴 독자에게는 어떤 읽는 묘미를 줄 수 있을까. 설레면서도 괴로운 고민이 또 찾아왔다.
/유혜연 문화체육부 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