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수년간 우리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엔데믹에 접어든 해이면서도, 되찾은지 얼마 안 된 평온한 일상을 다시 공포감으로 뒤덮은 '분당 흉기난동'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해였다.
비현실적 이슈임에도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끄집어내는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 논란에 애꿎은 경기도민들만 혼란을 겪는가 하면, 국가 자원으로 전국 곳곳에 지어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아파트에 기본 구조물인 철근이 빠져있어 '순살 아파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매년 연말 10대 주요 뉴스로 꼽히는 이슈들이 지난 한 해를 '실망감'과 함께 돌아보는 소식들로만 채워지지 않고, 새해엔 '내년 한 해도 올해만 같기를' 바라는 기대감 가득한 소식으로 채워지는 해가 되길 바라며 '2023년 경기도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1 반짝당론 끝난 '김포 서울편입' 추진
추석 연휴 정치 현수막에서 시작된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가 느닷없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론이 되고, 여당에서 서울 메가시티론까지 띄우면서 2023년 하반기 최대 이슈가 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약속하고 추진했으나, 일부 지자체들의 서울 편입 주장과 맞물려 정체되고 있다.
그 사이 서울 편입 당론을 주도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서울 편입 효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도 소멸되는 분위기다.
2 선감학원 피해, 50년만에 공식사과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시설로, 8∼18세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폭행·학대·고문 등 인권을 짓밟은 수용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지사로서 공식사과했고 현재 경기도 차원의 피해 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유해발굴도 본격화했다. 지난 10월엔 이름 대신 번호로 피해자들의 분묘가 묻힌 지 50여 년 만에 땅 밖으로 나왔다. 옛 친구와 동료를 찾으려는 피해자들은 분묘의 소지품 등을 보며 단번에 친구를 알아채고 눈물을 터뜨렸다.
3 3년만에 돌아온 일상 '위드 코로나'
올해 6월 1일.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며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사라졌고, 일상 생활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됐다. 대부분의 방역규제가 풀리며 약 3년 3개월 만에 엔데믹이 선언됐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코로나 감염을 경험한 데다 경기도 누적 확진자 역시 8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엔데믹을 거치며 많은 일상 회복이 이뤄졌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회식 문화 등은 예전과 다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는 독감 등이 다시 유행하며 병원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4 화성번식장, 눈물로 낳은 '동물복지'
지난 9월 화성시의 한 번식장에서 무려 1천 마리가 넘는 강아지가 학대 정황 속 발견돼 충격을 줬다. 제보를 받은 경기도는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구출작전에 나섰고, 이 과정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동행했다.
구출된 강아지 중 580여 마리는 지난 11월 여주에서 공식 개관한 국내 최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인 '반려마루'로 이송됐으며 이중 240여 마리가 새 가족을 찾았다.
이 밖에도 잔인하게 도살되는 등 여러 불법 현장이 경기도 특사경을 통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는 동물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5 '학평 성적 유출' 범인은 10대 해커
전국 고등학생들의 지난해 11월 연합학력평가(경기도교육청 주관) 성적과 개인정보 등 27만여 건이 텔레그램을 타고 무분별하게 퍼져나간 사건이 있었다.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유포되기 시작한 유출자료가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학생과 학부모 등이 충격에 휩싸였는데, 이후 교육당국과 경찰이 합동수사한 결과 주범은 10대 해커였다. 이에 도교육청은 인터넷서버 보안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이후 1심 법원은 "자신을 무시한 사람에게 피해주고 싶다는 악의적 의도로 범행했다"며 지난 9월 해당 해커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6 서현역 흉기 난동, 일상을 빼앗다
피해망상 증상을 보인 끝에 성남시 분당구의 서현역사(AK백화점 분당점)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최원종(22)이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었다.
과거 앓았던 정신질환과 무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할 만큼 치밀한 계획에 의해 벌어진 지난 8월의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남편과의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 중이던 60대 여성, 그리고 평범한 꿈을 품고 살아가던 20대 여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최원종은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형을 받기 위한 각종 수단을 동원하는 상태다.
7 수원마저… 장소 안가리는 전세사기
투자 실패냐, 의도적 사기냐. 이유와 상관없이 피해 임차인들은 결국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구제할 마땅한 방안도 없다.
수년 째 멈출 줄 모르는 전세사기 사건이 수원에서도 나타났다. 피해예상 규모만 지난 11월 말 기준 706억원이,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만 466장이다.
피해자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가 예상한 피해 규모는 1천230억원에 달할 만큼 이 사건 피의자인 정모씨와 그의 아내, 아들 등 일가는 수원과 화성에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최근 증거 인멸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내년부터 이 사건 재판이 시작된다.
8 의혹만 채워넣은 '철근누락 아파트'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늦은 밤의 사고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단 보강근 미설치'라는 사고 원인이 국민들을 당황케 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지는 아파트 구조물에 철근이 빠져있었던 것. 민간 건설사도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 현장이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결과 LH 아파트에서만 23곳에 달하는 곳이 철근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충격적 사태를 불러온 배경에 LH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 등 '전관' 문제가 얽혀있다는 의혹까지 나타나며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9 '양평~서울고속도로' 진통 끝에 중단
수도권 대표 관광지인 양평지역 교통을 개선하기 위한 '양평~서울 고속도로' 국책사업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업은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된 이후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었다.
하지만 올해 5월 종점이 기존 양서면 일대에서 강상면 일대로 변경된 전략환경영향평가 결정내용이 공개되면서 변경된 노선 종점 부근의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을 두고 정치권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며 지난 7월 6일 사업 백지화를 발표했고 현재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10 날개 꺾인 수원삼성, 2부로 강등
오랜 기간 K리그1에서 강팀으로 군림하던 '수원 삼성'이 강등되며 팬들에게 지우기 힘든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12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강원FC와의 경기를 0-0 무승부로 마치며 '수원 삼성'은 창단 28년 만에 처음 K리그1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 K리그 유일의 지역 더비인 '수원 더비' 등을 한동안 볼 수 없다는 사실도 축구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수원FC는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4년 연속 K리그1에서의 자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