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입지 심의 절차 미준수탓
제주·천안 등 비수도권 이전 검토
행정력 낭비·업무 효율성 저하 우려
재외동포청, 위치·규모 등 논의키로

외교부의 미숙한 행정 처리로 산하 공공기관인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서울에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규 공공기관 입지는 정부 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방으로 정해야 하는데, 외교부가 이를 어기고 서울에 사무실을 열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협력센터 소재지 이전으로 행정력 낭비는 물론, 재외동포 기관 간 업무 효율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 외청인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협력센터 신규 소재지로 제주도, 충청남도 천안 등 비수도권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소재한 재외동포청은 지난 6월 출범한 기관으로 산하에 재외동포협력센터 등을 두고 있다. 재외동포협력센터는 '차세대 동포 인재 육성' '모국과 재외동포 유대감 증진'을 목표로 한 교육·연수기관이다.
재외동포협력센터 이전은 외교부가 법령 절차를 준수하지 못하면서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사항이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르면 신설 공공기관 입지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을 원칙으로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재외동포협력센터 소재지 선정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가 누락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됐다. 현재 재외동포협력센터는 서울에 있다. 지방시대위원회 관계자는 "재외동포협력센터는 신설 공공기관으로, 법령상 비수도권 지역을 소재지로 하는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며 "관련 안건이 제출되면 지방시대위에서 소재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꿎은 재외동포협력센터 직원들은 기관이 신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재외동포협력센터 직원 약 50명 대부분은 제주도에 있던 재외동포재단에서 고용 승계된 이들이다.
재외동포재단은 2018년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전할 당시 '업무 비효율' '인력 이탈' 등의 문제를 겪었는데, 5년 전과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외동포협력센터 관계자는 "소재지 이전은 직원들 생계 등 여러 사안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며 "전례 없는 상황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협력센터와 논의를 거쳐 이전 위치, 규모, 시기 등을 정할 계획이다. 재외동포청 출범을 한 달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지방시대위 심의 대상인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절차를 원활하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게 재외동포청 입장이다.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사전 심의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