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상반 결론에 대다수 비판적
"정책 바뀐다고 주운 기능 활성화"
정부·지자체 검증 없이 추진 지적
"전제 조건이 달라져 동의" 의견도

 

경인아라뱃길_(1).jpg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일대 모습. /경인일보DB

환경부의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가 공론화위원회 권고안과 상반된 결과를 도출(2023년 12월22일자 1면 보도=공론화위원회 권고 '거꾸로 노젓는' 아라뱃길)한 것과 관련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일 경인일보는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 위원 15명 중 6명에게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공론화위원회는 '주운 기능 축소·폐지' '수질 개선' '친수·문화 중심 전환'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2021년 환경부에 제출했는데, 최근 환경부는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주운(물류·여객)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최복수 인하공전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공론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상충되는 면이 많아 난상토론이 이어졌는데, 그 속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취합해 최종안(권고안)이 결정됐으면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서울시 (한강 뱃길) 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축소·폐지하기로 한) 주운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홍철 국토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가 도대체 뭘 위한 연구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공론화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책 방향을 잡는 데 의미가 있었던 것"이라며 "최종보고서에 공론화위원회가 '국가 항만정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등의 언급이 있는데, 권고안에 대해 이런 식으로 의견을 내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지자체가 명확한 검증 절차 없이 주운 기능 유지 방침을 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은 "서울에서 덕적도 등 서해 섬까지 가는 배가 생겼을 때 몇 명이 이용할지에 대한 수요 예측은커녕 여객과 유람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구분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교육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뒤엎기 위해선 그만큼 뚜렷한 근거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의견 수렴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 논의 당시와 현재의 전제 조건이 달라진 점을 들며 이번 연구 결과에 동의하는 위원도 있었다.

최중기 인하대 해양과학과 명예교수는 "당시에도 한강과 연계해 주운 기능 등을 더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한강과 연계해 주운 기능이 활성화하면 그나마 (경인아라뱃길의) 이용도가 높아져 경제적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안승범 인천대 스마트물류학과 교수는 "이번 용역은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대상으로 삼지 않은 (한강 뱃길) 부분까지 검토됐다"며 "화물선보다는 관광측면에서 주운 기능을 고려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권고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 결과가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한 발 빼는 모양새다. 한강 뱃길 문제는 인천·경기·서울 등 지자체가, 항만기능은 해양수산부 소관 업무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 입장에서는 (한강 뱃길을 열겠다는) 지자체 의지를 무시할 수 없다"며 "연구기간 해운물류사도 만나고 지자체와 수차례 회의하는 등 저희 나름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