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해서 北 도발 이어져
“유의바란다” 짧은 메시지뿐
여객선까지 통제돼 더욱 고립
행동 메뉴얼 있지만 유명무실
![[포토] 화염 관측된 황해도 해안지역](https://wimg.kyeongin.com/news/legacy/file_m/202401/news-p.v1.20240107.b10deada1c6a4022a2d1aa7dd7b99669_P1.jpeg)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에 연일 포 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등 서해 5도 일대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9·19 군사합의 파기로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연평도 등 서해 5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주민 보호 대책’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북한군이 백령도 북방 장산곶, 연평도 북방 등산곶 등 서해 NLL 북측 완충구역에 200발 이상의 포 사격 도발을 감행했다. 또 6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연평도 북서측에 60발의 포 사격에 이어 7일 오후 4시 이후에도 포 사격을 감행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북남군사분야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일방 파기한 지 43일 만에 이뤄졌다. 포격 후 4시간이 지나 우리 군은 함참 공보실장을 통해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다. “위기 구조의 상황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면서 경고했지만 서해 5도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발언은 없었다. 인천시가 보낸 ‘실제상황 (중략) 만일의 사태에 유의 바란다’는 짧은 문자메시지는 불안을 해소하는 데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지난 5일 오후 우리 군 요청으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서해 5도는 ‘고립된 섬’이었다.
6일 연평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전날 고립 상태에 빠진 경험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서해상에서 남북의 강경 대치 상황을 피부에 와닿는 일로 느끼는 건 이곳 주민뿐이라는 것이다. 연평면 부녀회장 김영애(64)씨는 울분에 가득차 말을 이었다. 그는 “이전에도 안보 정책에 있어 주민 배려가 전혀 없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여객선까지 통제됐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면 섬에 갇혀 죽으라는 것인데, 빈 배라도 들여와서 주민을 태우고 나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날에 이어 6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북한의 포 사격은 식당에서 밥을 먹던 군인들이 뛰쳐나갈 정도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7일 오전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주민보호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유 시장은 “‘서해 5도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이 될 수 있도록 정주지원금 확대와 생업에 도움이 될 정책들을 계속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군(軍)과 인천시는 ‘북한군 침투 도발 위기 대응 행동 매뉴얼’을 갖고 있다. 군사 위기 단계별로 책임자, 대피 장소와 방법, 대피 명령, 수용·구호·자원봉사 등이 매뉴얼에 포함돼 있다는 것인데, 정작 주민들은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군과 인천시는 앞으로 서해 5도 가상 훈련 등을 통해 매뉴얼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