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대금·매각등 채권단 요청 수용
오너일가 보유한 지분 활용 등 계획
워크아웃 협상 분위기 사뭇 달라져
업계·입주예정자들은 '불안감 호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개시 논의를 앞두고 태영그룹이 8일 기존 자구 계획을 이행하기로 하는 한편, 추가 자구책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난항을 겪던 워크아웃 협상 분위기가 반전된 만큼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경기도 건설업계와 예비입주자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기존에 제출했던 자구 계획인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도 모두 채권단 요청을 수용해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9일까지 윤세영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 보유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자구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그룹에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을 강하게 요구해왔는데, 이 같은 차원에서 오너 일가가 끝까지 버텼던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티와이홀딩스 측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며 "태영건설이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이에 난항을 겪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협상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의 서면 결의를 통해 결정된다. 채권자의 75%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자산부채 실사를 위해 채권행사가 3개월 동안 유예된다.
그동안 태영건설은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 구조 개선·비용 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하고, 주채권은행은 실사를 통해 채권 재조정 등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한다.
이후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경영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고 5월 11일엔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해 채권자협의회와 태영건설이 특별약정(MOU)을 체결하는 수순이다.
시공능력 기준 경기도 2위 건설업체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두고 경기도 건설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만에 하나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태영건설은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되는데, 이 경우 태영건설이 진행하던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어서다. 관련된 협력업체들은 물론, 분양계약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지부에 따르면 경기도내 태영건설 현장은 40~50곳에 달한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의 입주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남양주지역의 한 오피스텔 입주예정자들도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협의회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노동자들의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건설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태영건설 본사 앞에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정·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