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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한국 사회의 혐오가 짙어지고 있다. 지역과 진영, 세대와 성별 양극단의 갈등을 완충할 공간 부재로 혐오주의를 부추기면서다. 새해 시작의 들뜸이 식기도 전, 제1야당 대표의 피습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진 지독한 혐오가 폭력으로 재생산된 증거이기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송된 서울대병원 앞은 현실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좌파 성향 유튜버들은 '(습격의) 정치적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배후설을, 같은 시각 우파 성향 유튜버들은 '(흉기가)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라며 조작설을 제기했다.

아흔 아홉가지 거짓과 한 가지 진실이 적절히 배합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면 진실로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택해 과장하고 편견이 담긴 사진을 내보내거나 특정 주제를 반복해 대중을 그릇된 길로 이끈 히틀러 신화의 선동가 괴벨스 역시 그랬다. '이송논쟁'과 '열상논쟁'으로 불붙은 피습 사건은 '어떤 진실을 대중이 더 믿게 할 것인가'하는 양 진영의 '확증편향'으로 옮겨간 셈이다.

양 진영의 주장은 다르지만 결은 같다. 믿고 싶은 정보는 적극적으로 찾지만, 반대의 증거는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이다. 올해 한국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 심리 현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확증편향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이초 중진 의원 배후설, 이태원 참사 토끼 머리띠 배후설, 2020년 정부의 코로나19 확진자 조작설 등 음모론은 한국 사회에서 되풀이되는 확증편향의 증거들이다.

정치권에서도 자성론은 일지만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중이 믿는 정의는 사법·정치권력 그리고 언론이라는 여러 '배후'들로부터 완성된다.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얻기 위해 대중들이 '지름길'을 찾는 과정에서 확증편향도 시작된다.

그 때문에 대중을 움켜쥐려는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진실된 정의를 찾으려는 '조직된 노력'이 필요하다. 망설이지 말고 모두의 자성이 필요할 때다.

/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