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떠나, 공포만 남은 급식실·(2)]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폐암 1기 노동자들


치료해도 두려움에 직종변경·사표
경기도교육청, 보호 정책 전무 실정
인천 조리업무 배제 시행과 '대조'
"노조와 협의 해법 마련해갈 계획"


009.jpg
지난 4일 경기도내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들이 급식 준비를 하고 있다. 2024.1.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폐암 공포 속에 다시 노출되는 게 두려워요."

안양시의 한 학교에서 일하던 50대 조리실무사 A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폐암 1기 판정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평소 "힘든 일은 하지 말라"고 말렸던 부모님한테는 아직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말하지 못했다. 그는 "(폐암 유발 물질에 대해) 나에게 다시 들어올 거라 생각하니까, 다시 돌아가 일한다는 게 너무 무섭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결국 직종변경을 신청했다.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만약 직종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표를 쓸 생각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민이 크다.

의정부시에서 폐암 1기 확진을 받고 휴직 중인 다른 조리실무사 B씨 역시 학교로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사표를 낼 계획이다. B씨는 두려움과 더불어 가족들의 만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폐암 치료가 끝난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질병 휴직기간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일터가 두려운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을 위한 교육당국의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9일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학교 급식실 업무환경 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급식실 노동자들의 폐암검진비를 지원하고, 폐암확진자가 1년까지 질병 휴직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정작 치료 후 학교로 복귀하는 노동자들의 두려움을 덜어낼 정책은 사실상 없다.

반면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폐암 의심소견자 보호대책'을 발표하고, 폐암치료 후 학교에 복귀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폐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조리흄이 발생하는 조리업무에서 배제하고, 대체인력을 한 명 더 넣어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게다가 폐암 확진자뿐 아니라 '폐암의심' 판정을 받고 급식실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까지도 확대 적용했다.

박화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은 "경기도에는 폐암 치료 후에 학교로 돌아오려는 급식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예 없다"며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도교육청에 요구안을 보내고 지속적인 만남 요청을 하고 있지만, 행정감사와 인사이동 등을 이유로 만남조차 미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폐암치료 후 돌아오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노조랑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202401100100012340001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