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중산층 육성 및 서민생활 향상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던 경제·사회부처 장관들은 회의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소와 달리 이들 장관에게 구술 시험에 가까운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지엄한 '어전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즉답을 못하는 민망한 사태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장관들이 마치 시험을 치르는 인상이었다”고 했다.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도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김 대통령이 특히 경제문제에 대해 세밀하게 질문하고 꼼꼼하게 챙기셨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매를 맞은 장관은 임인택 건설교통장관이었다.

김 대통령은 “달동네 환경개선을 위해 1조6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임 장관이 보고하자 “금리가 몇 퍼센트냐”고 즉흥 질문을 했다.

김 대통령은 건교부가 추진중인 순환재개발방식 보고도 그냥 흘리지 않았다. 임 장관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김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임 장관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었다고 한다.

유삼남 해양수산장관은 명태잡이와 관련한 러시아와의 합자 문제와 관련,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느냐”는 김 대통령 질문에 답해야 했다.

다소 생소한 내용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 대통령은 송정호 법무장관에게는 외국인 근로자 신고율이 얼마나 되는 지를 물었다.

이상주 교육부총리에게는 “대학생들에게 지원되는 학자금의 상환율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물었다.

청와대 다른 고위관계자는 “오늘 정말 토론이 대단했다”면서 “장관들이 진땀깨나 흘렸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오로지 경제·민생을 챙기고 국가적 대사인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일념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날 회의도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